"강북 개발法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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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승(朴昇·얼굴) 한국은행 총재는 요즘 어딜 가나 곤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1989년 건설부장관 시절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분당·일산 등 5대 신도시 계획을 만들었던 당사자로서 지금의 부동산 문제를 풀 해법을 말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이럴 때마다 "한은 총재로서 나설 일이 아니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지론을 얘기한다. 바로 '강북 개발론'이다.

朴총재는 13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질문을 받고 강북개발 방안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먼저 왜 강북인가. 朴총재는 "서울 강남의 집값이 이렇게 뜨는 것은 질적(質的)인 주거환경이 어느 곳보다 좋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신도시를 또 만들어 양적(量的)으로 대응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朴총재는 강북을 강남 이상의 주거지역으로 계획성 있게 재개발하기 위해 '강북개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민간이 주체가 된 산발적인 재개발로는 절대 강남의 대체 주거지가 될 수 없으며 난개발로 흐를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법을 통해 체계적인 민·관 공동개발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朴총재는 "정부가 주거환경이 나쁜 강북의 단독주택 지역들을 1만~5만평 정도씩 대단위로 지정해 중대형 평수의 고층·고급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단위 단지가 되면 길을 크게 내고 좋은 학교와 학원도 쉽게 유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구당 2대꼴의 대규모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지상은 차 없는 녹지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되면 지역주민들도 2~3배의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朴총재는 "나 또한 강북(은평구 갈현동)의 단독주택에서 40년째 살고 있다"며 "잘만 개발하면 강북이 강남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전체 땅면적은 1억8천만평으로 전체 25개 구 가운데 14개 구가 한강 북쪽에, 11개 구가 남쪽에 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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