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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방북때 北,핵사찰 약속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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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도쿄=오대영 특파원]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오는 17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일 정상회담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관련 시설 사찰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전망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북한 측은 일본과의 정상회담 사전 협의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근거한 핵 관련 시설 예비조사·기술자 방문·사찰기구 선정 등 핵사찰 준비작업에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해 왔다"고 전했다.

북한은 또 사전 협의에서 "탄도 미사일의 실험을 계속 동결하겠다"고 다짐하고 정상회담 때 이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일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북한은 일본과의 기존 회담에선 미사일 문제가 주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논의를 거부해 왔다.

이로써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은 상당부분 희석되게 된다. 2003년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한 시한인 동시에 당초의 대북 경수로 완공목표 연도이기도 하다. '9·11 테러 이후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의 압박에 북한이 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WMD)를 지렛대 삼아 맞서다가 시험발사 유예기간이 끝나는 2003년에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2003년 위기설도 그래서 나왔다.

북한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핵·미사일에 관한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다면 위기설이 가라앉음은 물론 북·미간 대화무드가 본격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미국이 일본을 통해 북한과 협상한 듯하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양보할 경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도 방북에 따른 정치적인 부담을 덜게 된다.

미국의 관심사인 핵사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도 수렁에 빠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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