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행복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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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시사주간지 '한겨레 21'의 신년호 커버 스토리는 "2005년, 당신의 행복을 위해 성격 2%만 바꿔라"다. 적당히 쓰면 약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는 일곱 가지 성격모델도 제시했다.

폭탄형(충동적 성향).저격수형(편집증적).스타형(자기애적).순교자형(의존적).나홀로형(폐쇄적).전전긍긍형(불안한 성향).완벽주의형(강박적)이다. 폭탄형은 자기 주도 성향이 강하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회의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특정인을 사정없이 짓밟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스타형은 상황대처 능력이나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타인의 시선을 늘 의식한다.

순교자형은 모든 책임을 자기가 지겠다는 희생정신이 돋보이지만 자존감과 집중도가 낮아 일의 효율성이 낮다. 전전긍긍형은 겉으론 상냥하지만 비관적 전망에 휩싸여 근심걱정이 많다….

성격이 불만이어서 올핸 좀 산뜻한 인격으로 변신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은 일곱 가지 무지개 성향이 각기 얼마만큼의 비율로 섞여 자기를 구성하고 있는지 가만히 성찰해 볼 일이다. 어느 한쪽 분량이 너무 많다 싶으면, 의도적으로 다른 성향들을 배양해 성격의 균형을 잡아 나가는 게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오랜 세월 갈고닦아 만든 성격을 바꾸면 얼마나 바꾸겠느냐는 회의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잉크 한 방울이 컵에 가득 찬 물을 산뜻한 푸른 빛으로 바꿔 놓는 법이다.

권력도 성격이 있다. 지난 2년 노무현 권력의 성격은 좀 충동적이고 자기애적인 성향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피해의식과 자기 방어벽으로 꽁해 있다가 가끔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상대를 당황케 하는 저격수형 성향도 있었다.

요즘 그런 권력에 다른 빛깔 성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사회 분열의 자기 책임성을 인정한다거나 포용과 관용을 강조하거나(순교자형), 개혁의 속도조절론(반충동형)을 펴는 발언에서 변신 노력이 느껴진다.

그걸 두고 진정한 변화다, 무늬만의 변화다, 원래부터 그랬다 등을 주장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진짜 성격이냐 가짜 성격이냐는 주변과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주변이 호응하면 같은 행동이 반복돼 진짜 성격이 된다. 주변이 불신하고 적대하면 변신은 중지된다. 올핸 국민과 권력이 행복을 위해 성격을 2%만 바꾸면 좋겠다.

전영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