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세탁기 국산 판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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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고급 가전제품 시장에서 수입품의 마지막 아성으로 남아 있던 드럼세탁기 부문에서도 최근 한국산 제품이 수입품을 추월하며 약진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 국산의 비율이 지난해 40%에서 올 상반기에는 60%에 달해 외국산을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밝혔다.

판매량도 쑥쑥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10만대 정도가 팔려 지난해 전체 물량(4만대)의 2.5배로 불어났다.

◇급성장하는 드럼세탁기 시장=가전 유통업체인 전자랜드21 관계자는 "혼수용품 등으로 국산 드럼세탁기가 인기를 끌고 있어 국산과 외국산이 7대3 정도로 팔린다"며 "40대 주부들이 일부 외제품을 찾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국산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제 가전제품이 많이 팔리는 백화점에서도 국산과 수입품의 비율이 반반 정도다.

가전업계에서는 연말까지 국산의 점유율이 80%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판매 속도도 빠르다. 당초 올해 10만대 정도를 예상했지만 목표를 15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연간 5천억원 규모의 세탁기 시장에서 드럼세탁기가 조만간 주력상품으로 떠오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1989년부터 국내 가전업체들이 빌트인 용으로 소량씩 만들던 드럼세탁기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올 초 LG전자가 드럼세탁기 전용 브랜드인 '트롬'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도 뒤따라 제품을 출시했다가 지난달에는 '하우젠'이라는 고급 종합가전브랜드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두 회사는 드럼세탁기를 사면 김치냉장고를 끼워주는 등 판촉을 강화하고 광고전을 벌이며 시장 키우기에 나섰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수입품은 용량이 보통 5㎏인 소형인 데도 가격이 1백20만~1백80만원대로 비싼 편이다"며 "국산은 7~10㎏으로 대형화해 이불빨래가 가능하고 가격도 70만원대부터 다양한 데다 애프터서비스가 잘돼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용량이 인기=전자랜드는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LG전자의 WD-965RD를 뽑았다. 용량이 작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드럼세탁기 시장에 대형(7.5㎏)이면서 가격이 1백만원 정도로 수입품에 비해 20~50% 싸다는 게 인기비결로 꼽혔다. 최근 트롬에서 나온 10㎏짜리도 대용량 바람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10㎏ 용량의 하우젠 드럼세탁기를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수입품을 판매하는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는 7㎏짜리 대용량을 주력으로 내놓고 있다"며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매년 모두 1만~2만대만 팔렸으나 한국 가전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조기 겸용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삼성 SEW-910DR 모델은 1백45만원대로 비싼 편이지만 건조 기능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드럼세탁기는 빨랫감을 위로 끌어올렸다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세탁을 한다.

따라서 두드려 빠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삶는 기능도 있다.

한번 빨래를 할 때 물은 50~60ℓ를 사용해 기존 전자동 세탁기(1백60~2백ℓ)보다 적은 반면 시간은 1시간 정도 더 걸린다.

이같은 기본 기능은 국산이나 수입품이나 별 차이가 없지만 부가 기능은 수입품이 훨씬 다양하다. 지멘스 제품은 빨래를 할 때 거품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고, 아에게는 다림질이 필요없도록 세탁해주고 얼룩도 제거해주는 등 특수기능이 있다.

최신 모델 제품들은 또 드럼의 물빠지는 구멍이 촘촘해 거품과 물이 한꺼번에 빠져 고이지 않도록 돼 있으나 일부 국산 제품은 구멍이 성긴 것도 있다.

또 대부분 문이 1백80도로 열려 빨래를 넣고 빼기가 편한데 일부 국산 제품은 문이 절반밖에 안열리는 구식을 채택한 경우도 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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