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평대 시들… 30평대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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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신영은 경기도 광주시 오포면에 짓는 프로방스 아파트를 32평형으로 통일했다.

당초 20평형대와 30평형대를 섞어 내놓기로 했으나 수요층이 두터운 30평형대로 방향을 틀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달 29일 지역 1순위 청약 마감 결과 2백90가구 모집에 1천6백57명이 신청, 5.7대 1로 분양을 성공리에 끝냈다.

한라건설이 최근 수원시 당수동에서 내놓은 한라비발디타운 1단지 32평형은 지역 1순위에서 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25평형은 미달됐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25평형이 인기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라며 "앞으로 아파트 평형 구성에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 위기 이후 공급이 모자라 각광받았던 10~20평형대 소형 아파트(재건축 제외)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경기회복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난 데다 대체상품인 다가구·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신축이 잇따르면서 올들어 매매값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대신 30평형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114 공동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30평형대 매매값은 13.9% 올라 20평형(18.1%)·10평형대(25.5%)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그러나 올들어 8월 말까지 30평형대는 22.1% 뛰어 20평형(21.0%)·10평형대(18.3%)를 앞질렀다.

분당 등 5대 신도시 평형별 상승률도 지난해에는 10평형대(24.3%)→20평형대(18.2%)→30평형대(10.5%)순으로 높았다. 하지만 올들어 8월 말 현재 30평형대가 19.2% 올라 평형별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도 30평형대가 단연 인기다.

우미종건이 지난달 20일 오산시 수청구획정리지구 내 우미이노스빌 지역 1순위를 마감한 결과 34평형은 5.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24평형은 1.3대 1, 17평형은 1대 1에 그쳤다.

인근 궐동지구 우남퍼스트빌도 지역 1순위에서 34평형은 4.5대 1로 마감됐으나 28평형은 미달됐다.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30평형대가 10~20평형대보다 더 높게 형성돼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소형주택 우선공급제도(총가구 중 전용면적 18평 이하 20% 건설)가 부활된 데다 다가구·다세대주택 등이 공급과잉을 빚으면서 소형 아파트 투자열기가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경제연구소 곽영훈 거시경제팀장은 "가계 소득증가로 구매력이 높아진 때문"이라며 "2분기 현재 도시 근로자의 경상가계소득이 1997년 4분기보다 24.6% 늘어나 집을 넓혀가려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임대주택사업자들에게 주던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이 지난해 말로 폐지되면서 소형 투자수요가 그만큼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인구분포상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층 구성비가 부쩍 높아진 것도 30평형대 수요를 두텁게 한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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