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서 미혼모에 '돌로 쳐 사형'… 왜 이런 일이 일어나죠 9세기께 만든 이슬람 규정 현재까지 적용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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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여성이 이혼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이슬람 법정에서 '돌에 맞아 죽는 형(투석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야기를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아미나 라왈(30)이라는 이 여인은 '간음한 자는 돌로 쳐 죽인다'는 이슬람 법에 따라 아이가 젖을 뗀 즉시 사형에 처해지도록 선고받았지요.어떻게 21세기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건지,사형 집행을 막을 수는 없는 건지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해요.

1.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나요.

2001년 10월에도 나이지리아 북부 소코토주의 한 여성이 이혼한 후 딸을 출산해 투석 사형 선고를 받은 적이 있어요. 다행히 항소심 법정은 이 여성이 아이를 가진 시점이 이슬람 법 규정을 도입하기 전이었다는 이유로 무죄 석방했지요.

197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샤 공주는 신분이 낮은 남자와 사랑에 빠져 해외로 도피하려다 붙잡혀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됐답니다. 이슬람 법에서 부모가 허락하지 않은 결혼은 심각한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법정은 99년 동성연애자라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 두명에게 탱크로 진흙 벽을 무너뜨려 압사시키는 공개 처형을 했어요. 또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90여명의 여학생이 화재로 다치거나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요. 남자 소방대원들은 여학교에 들어갈 수 없으며 베일을 쓰지 않은 여성은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이슬람 규정 때문에 사상자가 늘어난 것이죠.

2.이슬람 법이 어떤 것이기에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요.

나이지리아 북부 12개 주에서는 99년부터 이슬람 법인 샤리아를 주의 공식 법률로 채택, 일반 법정 대신 이슬람 법정이 법원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요. 샤리아는 이슬람 공동체에 내린 알라(이슬람교의 유일신)의 계명을 표현한 것으로 이슬람 교도라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돼 있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살인·폭력 등의 범법자에게 피해자가 받은 만큼 똑같이 보복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지요. 샤리아에 따르면 신앙을 버린 사람이나 노상 강도는 사형을 당하고 도둑질한 사람은 손목을 잘리는 벌을 받아요.

특히 우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여성에게 엄격한 부분이 많아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남성은 동시에 네명의 여성과 결혼할 수 있으며 남편은 아내에게 세번 "이혼이다"고 말하면 바로 이혼이 성립되는 특권을 가져요. 여자의 가치를 남자의 2분의1로 여겨 딸은 아들 몫의 절반만을 유산으로 받을 수 있어요.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을 때는 남자 증인 네명이 있어야 그녀의 주장이 입증되지요. 외출할 때에는 꼭 베일을 착용해야 하고 가족 외의 다른 남자들과 만나는 것이 금지돼 있어요.

3.법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한 것 아닌가요.

샤리아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슬람법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현대법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현대법은 인간의 지혜와 이성의 산물로 주로 인간의 사회 생활과 질서 유지를 위한 규범의 체계지요. 그러나 샤리아는 신의 계시에 따라 만들어진 법으로 절대자인 신이 만든 법이라고 이슬람 법학자들은 보고 있어요. 그래서 9세기께 체계화한 엄격한 종교적 규정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적용되면서 샤리아를 어기는 것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불복종 행위로 여겨지는 거예요.

4.국가나 국제 사회가 나서서 투석 사형을 막을 수 없는 건가요.

나이지리아의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은 지난 3월 샤리아는 위헌이라고 선언하고 이를 도입한 주에 샤리아 적용을 금지하도록 통보한 바 있지만, 이슬람 세력이 우세한 북부 12개 주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어요. 아미나 라왈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서 이슬람 법정의 판결을 취소시키거나 사형 선고를 금지할 수는 없어요. 나이지리아는 연방제 국가로 각 주의 자치권을 존중하고 있거든요. 또 나이지리아는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종교 대립이 심한 나라인데 기독교도인 오바산조 대통령이 이슬람 주정부에 명령을 내리기는 힘든 일이랍니다.게다가 오바산조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위해 국민의 45%를 차지하는 이슬람 교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예요. 마찬가지로 국제 사회도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없는 문제지요.

5.모든 이슬람 국가가 샤리아를 따르고 여성에게는 엄격한가요.

그렇지 않아요. 오늘날 이슬람 신자의 수는 세계인구의 5분의1에 해당하는 약 12억명으로, 세계 1백40여개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답니다. 그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아랍에미리트 등만 샤리아 규정의 거의 전부를 시행하고 있고, 이란·예멘·요르단·아프가니스탄 등과 수단·나이지리아·말레이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부분적으로만 적용하고 있어요.

사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은 남성과 여성이 권리와 의무에서 알라신 앞에서 평등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단 여성과 남성의 역할은 확연히 나뉘어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평등하지만 차이가 있다는 거죠. 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 이슬람 국가도 많아요. 이집트 같은 경우 여성 대사가 30여명이나 되고 여성 의원도 20여명이 넘어요. 이란에서는 지난해 대학 신입생의 62%가 여성이었고 여성 공무원 비율도 30%가 넘어요.

6.투석 사형 선고를 받은 아미나 라왈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아미나 라왈은 1심에서 투석 사형을 선고받고 이슬람 상급 법정에 항소했으나 기각된 상황이에요. 만일 3심에서 또다시 기각될 경우 라왈은 샤리아법에 따라 돌에 맞아 죽는 첫 희생자가 됩니다. 나이지리아 국내외에서 샤리아 법원에 대한 항의가 들끓고 있지만, 그렇다고 샤리아를 없애라거나 이슬람 법을 당장 개정하라는 것은 부당한 요구예요. 샤리아는 무슬림들의 신앙이자 살아가는 방식이니까요.

학자들은 '현대화한 이슬람 법'으로 점진적인 개정을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지적해요.

요르단의 이혼법 개정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아요. 얼마 전 요르단 정부는 임시법을 도입하면서 "여성은 오로지 남편의 승인에 의해서만 이혼할 수 있다"는 옛 이혼법 조항을 폐기했어요.물론 샤리아의 기본 원칙은 유지하고 있답니다.변화된 시대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지요.

좀더 상세한 정보는 아래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보세요.

▶앰네스티 여성인권보호위원회(영문)

http://www.amnesty.org.au/women/

▶영국 런던대학 이슬람·중동법 연구소(영문)http://www.soas.ac.uk/Centers/IslamicLaw/

▶한국-아랍 친선협회

http://www.koafs.or.kr

▶이슬람을 바르게 알리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

http://www.islami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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