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전국 관객 2백만명을 돌파한 기세를 타고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61·사진)의 작품세계를 심층분석한 책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된다.
문화평론가 기리도시 리사쿠(切通理作·38)가 지난해 쓴 『미야자키 하야오論-파란 하늘, 그 아래는 폐허』 (원제:宮崎駿の世界)』(써드아이·4백32쪽·1만원)가 그것이다.
사실 '센과 치히로…'의 성공 이전엔 국내에서 일부 매니어를 제외하고 미야자키라는 이름은 생소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그는 '살아 있는 애니메이션의 전설'로 통한다. 1997년 '원령공주'로 1천3백만명을 동원하며 일본 영화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이 기록이 '타이타닉'에 의해 깨지자 다시 '센과 치히로…'(2001)으로 관객 2천4백만명을 돌파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수립해낸 인물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애니메이션이란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선입관을 깨고 부모와 아이가,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용이라는 것은, 어른이 이 세상에서 느끼고 있는 최상의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미야자키의 작품론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린이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보다 들판에서 노는 것이 더 좋다. 그러다가 일년에 몇 번 애니메이션을 보고 '와, 재미있다'라고 기뻐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미야자키 감독의 참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지난 30년간 그가 각종 매체와 한 인터뷰의 육성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수집해 분류·정리했다. 거기에 전문가들의 코멘트와 분석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고자 했다.
저자는 미야자키의 작품세계를 네 시기로 구분한다. ▶59년 일본 가쿠슈인(學習院)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도에이 동화에 입사, '미래소년 코난'과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을 만든 초창기인 1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84)부터 '이웃의 토토로'(88)를 만들며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던 2기 ▶'마녀의 특급배달'(89)과 '붉은 돼지'(92)를 통해 관조적인 입장을 보였던 3기 ▶'원령공주'부터 '센과 치히로…'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4기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미야자키의 작품은 기존 이야기의 각색이 아닌, 그 자체가 전후의 새로운 신화를 구축한 세계라고 분석한다. 대기의 흐름에서부터 각종 기계·건물·동물·인간·초목들, 그리고 그 속을 관통하는 역사까지 화면의 모든 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통솔하는 '창조주'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전까지 관련서들이 대부분 미야자키 작품의 '파란 하늘'에만 집중했다면, 이 책은 파란 하늘과 함께 공존하는 그 아래 '폐허'에 대해서도 설명하고자 한다는 것이 일본애니메이션 평론가 송락현(32)씨의 감수평이다.
한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국내 관람객 2백만7천명의 기록(수입사 대원C&A 집계)을 세우고 두 달여의 장정(6월 28일~8월 29일)을 마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관객 2백만명을 돌파한 애니메이션은 단 한편으로, 지난해 개봉한 드림웍스의 '슈렉'(2백38만명)뿐이다.
이 작품 하나로 대원C&A가 올린 매출액은 약 65억원. 그 가운데 배급을 맡은 브에나비스타(디즈니 계열사)가 25억원을, 제작사인 지브리 스튜디오가 20억원을 가져간다 하더라도 고스란히 남은 수익이 20억원이나 된다.
11월에는 DVD와 비디오가 출시된다. 대원C&A 기획실 이상돈 이사는 "DVD의 경우 현재 각기 6만여장을 팔아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의 기록을 넘어서는 7만장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성공으로 힘을 얻은 대원C&A는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을 계속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일단 발표된 작품은 모두 DVD로 낸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내년 설 즈음엔 '이웃의 토토로'가 나온다. 올 겨울에는 미야자키 감독의 또 다른 흥행대작 '원령공주'를 개봉할 예정이다.
정형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