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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의 神' 미야자키 성공 신화 속속들이 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전국 관객 2백만명을 돌파한 기세를 타고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61·사진)의 작품세계를 심층분석한 책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된다.

문화평론가 기리도시 리사쿠(切通理作·38)가 지난해 쓴 『미야자키 하야오論-파란 하늘, 그 아래는 폐허』 (원제:宮崎駿の世界)』(써드아이·4백32쪽·1만원)가 그것이다.

사실 '센과 치히로…'의 성공 이전엔 국내에서 일부 매니어를 제외하고 미야자키라는 이름은 생소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그는 '살아 있는 애니메이션의 전설'로 통한다. 1997년 '원령공주'로 1천3백만명을 동원하며 일본 영화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이 기록이 '타이타닉'에 의해 깨지자 다시 '센과 치히로…'(2001)으로 관객 2천4백만명을 돌파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수립해낸 인물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애니메이션이란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선입관을 깨고 부모와 아이가,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용이라는 것은, 어른이 이 세상에서 느끼고 있는 최상의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미야자키의 작품론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린이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보다 들판에서 노는 것이 더 좋다. 그러다가 일년에 몇 번 애니메이션을 보고 '와, 재미있다'라고 기뻐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미야자키 감독의 참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지난 30년간 그가 각종 매체와 한 인터뷰의 육성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수집해 분류·정리했다. 거기에 전문가들의 코멘트와 분석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고자 했다.

저자는 미야자키의 작품세계를 네 시기로 구분한다. ▶59년 일본 가쿠슈인(學習院)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도에이 동화에 입사, '미래소년 코난'과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을 만든 초창기인 1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84)부터 '이웃의 토토로'(88)를 만들며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던 2기 ▶'마녀의 특급배달'(89)과 '붉은 돼지'(92)를 통해 관조적인 입장을 보였던 3기 ▶'원령공주'부터 '센과 치히로…'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4기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미야자키의 작품은 기존 이야기의 각색이 아닌, 그 자체가 전후의 새로운 신화를 구축한 세계라고 분석한다. 대기의 흐름에서부터 각종 기계·건물·동물·인간·초목들, 그리고 그 속을 관통하는 역사까지 화면의 모든 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통솔하는 '창조주'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전까지 관련서들이 대부분 미야자키 작품의 '파란 하늘'에만 집중했다면, 이 책은 파란 하늘과 함께 공존하는 그 아래 '폐허'에 대해서도 설명하고자 한다는 것이 일본애니메이션 평론가 송락현(32)씨의 감수평이다.

한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국내 관람객 2백만7천명의 기록(수입사 대원C&A 집계)을 세우고 두 달여의 장정(6월 28일~8월 29일)을 마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관객 2백만명을 돌파한 애니메이션은 단 한편으로, 지난해 개봉한 드림웍스의 '슈렉'(2백38만명)뿐이다.

이 작품 하나로 대원C&A가 올린 매출액은 약 65억원. 그 가운데 배급을 맡은 브에나비스타(디즈니 계열사)가 25억원을, 제작사인 지브리 스튜디오가 20억원을 가져간다 하더라도 고스란히 남은 수익이 20억원이나 된다.

11월에는 DVD와 비디오가 출시된다. 대원C&A 기획실 이상돈 이사는 "DVD의 경우 현재 각기 6만여장을 팔아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의 기록을 넘어서는 7만장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성공으로 힘을 얻은 대원C&A는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을 계속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일단 발표된 작품은 모두 DVD로 낸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내년 설 즈음엔 '이웃의 토토로'가 나온다. 올 겨울에는 미야자키 감독의 또 다른 흥행대작 '원령공주'를 개봉할 예정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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