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미학을 살리기 위한 방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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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1980년대 높은 도덕적 열정과 강렬한 시적 파토스를 방법 삼아 시대 정신을 견인해온 민중적 서정시의 흐름이 90년대 들어 약화되거나 단절된 후 반성적 사유와 방법 전환의 필요성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인접 장르와 통합의 시각이 역기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게 신간의 문제의식이다. 영화·사진·게임을 비롯한 사이버 문화를 시 안으로 포섭한 기획들이 서정시만의 고유한 기능과 정체성을 오히려 균열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얼리즘과 서정성의 상호 통합과 길항(拮抗)이 시의 중요한 미학적 거점이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중견·신진 시인들의 작품세계를 분석하고 옹호했다. 사제시인 고진하의 경우 요설(饒舌)과 저항보다는 침묵과 시적 비의(秘意)에 대한 존경을 통해 영성·근원적인 것을 성찰한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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