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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 주민 집 고쳐줍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빗물이 줄줄 새고 허물어져 가던 집을 고쳐줘 오갈 데 없는 저희 세 식구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장만해 주신 파주시청 공무원과 공공근로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이천 3리에 거주하는 이문로(李文魯·88)씨가 최근 파주시청에 보내온 감사의 편지다. 정신질환을 앓는 40대, 50대 두 아들을 데리고 정부로부터 월 30여만원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생계 급여를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李씨는 2000년 3월 낡은 20평짜리 슬레이트 집이 무너져내리려 해 길거리에 나앉기 직전이었다.하지만 李씨는 파주시의 도움으로 헌 집을 허물고 그림 같은 새 집을 장만, 두 아들과 집 걱정없이 지내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평소 조용하기만 하던 李씨의 집이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감동스러운 편지를 받아본 파주시청 공무원 네명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한원(李漢源·54) 기업지원과장은 귀가 어두운 李씨에게 큰 절부터 올린 뒤 준비해온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동행한 노정배(盧正培·46) 지역경제담당은 부엌으로 들어가 보일러 고장 여부를 점검한 뒤 도배·장판·담장 등의 이상 유무를 꼼꼼히 체크했다. 그는 "낡은 벽지·장판과 수도 배수관 및 지붕 빗물받이 등은 일주일 내로 깨끗이 수리해 드리겠습니다"라고 李씨에게 약속했다.

경기도 파주시가 2000년 1월부터 시작한 '사랑의 보금자리 만들기 사업'이 주민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아름다운 관청'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시는 주택이 낡아 불편을 겪는 영세민들에게 무상으로 편안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성과는 대단했다. 사업 시작 첫 해 2백81채를 개·보수해준 데 이어 지난해엔 4백35채, 올들어 현재까지 4백45채가 새 집으로 변했다.

파주시는 현재 공공근로자 30명으로 '사랑의 보금자리 만들기 기동단' 4개 팀을 운영 중이다.이들은 미장·목공·보일러·건축·전기 등의 기술자들로 구성돼 있다.

기동단은 우선 소년소녀가장, 홀어머니·홀아버지 가정, 영세민 등의 집을 찾아 보수가 필요한 곳은 모두 무료로 고쳐줬다.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이 없는 비인가 사회복지시설도 빠뜨리지 않고 다니며 시설을 보수해 주고 있다.

시골 마을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노인정과 마을 회관 수리도 이들 몫이다. 기동단은 낡은 집을 새로 지어주는 것 외에도 벽지·장판 교체,보일러 수리, 담장쌓기, 벽체 보수, 화장실 수리에 이르기까지 주거시설 전반을 보수해 준다. 게다가 시는 숲가꾸기 공공근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목재를 사용해 개·보수 사업을 하고 있어 자원 재활용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파주시는 이같은 공로로 지난 5월 행정자치부로부터 '공공근로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관련 사업비 6억5천만원을 지원받았으며, 다음달 3일에는 경기도로부터 '공공근로사업 최우수 기관' 표창을 받을 예정이다.

최근 시의 도움으로 67세된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집을 고친 교하중 3학년 용석준(15·교하면 다율리)군은 '꿈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사람이 돼 파주시에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시에 보냈다.

이준원(李準源) 파주시장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고생하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계속 만들어주겠다"며 "기술은 있지만 나이가 많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공공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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