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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그림으로 마음을 읽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4면

'해는 크게, 햇살은 작게 그리는 게 좋은 마음상태라던데…'. 아동 심리 미술 붐이 일면서 자녀의 그림을 읽으려고 애쓰는 엄마들이 많다. 그러나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 아이의 심리를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자녀의 그림을 어떻게 해석하고 지도해야 할까. 최바울(41) 동그라미 유아심리연구소장에게 들어봤다.

◇태양은 아버지를 상징=미술심리에서는 태양을 '아버지'로 해석하곤 한다. 아빠와 사이가 좋을수록 붉은 빛이 많고 강렬하다. 아빠를 거의 못보는 등 관계가 나쁘면 태양도 빛을 잃는다. 심리적으로 아빠와 관계가 단절되면 아이의 그림에는 검은색 태양이 등장하기도 한다. 아빠가 번번이 약속을 어기는 등 불신·불만이 많을 때는 두 개의 태양을 그리기도 한다. 하나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뜻이다.

4~6세 어린이의 그림에서는 태양이 안방에 뜨는 경우도 있다.그만큼 아빠의 비중이 크고 관계가 좋다는 뜻이다. 7세쯤 되면 태양이 그림의 귀퉁이에 몰리면서 점점 사라진다.아이의 인간관계가 점점 넓어지기 때문이다.

◇가족화로 본 심리=화목한 가정의 어린이가 그린 가족화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 따로 놀면 그림도 그렇다. 심하면 구성원들 사이에 선을 그어 구분하기도 한다. 아빠를 위험 인물로 생각하면 원이나 네모 안에 가둬놓는다. 반대로 자신을 틀 안에 가둬놓는 경우는 집안에서 억압당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가장 크게 그리는 사람은 집안의 실권자. 주로 움직이는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얼굴이 아닌 뒤통수를 그리면 그 구성원에 대한 미움을 표현하는 것. 부부싸움 끝에 결혼 사진을 엎어 놓는 것과 같은 심리다. "동생은 놀러 갔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싫어하는 가족을 아예 그림 속에 등장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주 때리는 엄마는 그림 속에서 손이 무척 크다. 입이 강조되면 잔소리가 심한 편. 아빠의 팔다리를 그리지 않으면 아빠가 잘 안아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아빠가 뽀뽀 등의 스킨십을 잘 해주면 수염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 지도법=아이들은 누구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어른들의 눈높이로 아이의 그림을 고쳐주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해선 안된다.

아이가 자신감을 잃고 어른에게 그려달라고 하는 등 그림 그리기를 피하는 원인이 된다. 아이들이 발달 과정에 맞게 마음껏 낙서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못쓰는 장판·비닐 등을 깔아주거나 벽면에 종이를 덧대 신경쓰지 않고 작업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그림을 보고 "이건 뭐야?"라며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면 사고력도 키울 수 있다. 잘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아이의 설명을 인정해주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미술은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는 도구일 뿐이다. 점수를 매겨선 안된다는 말이다. 자녀의 그림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벽에 걸리지 않더라도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 부모들이 극성을 부리면 교사가 대신 그려주거나 다른 그림을 베끼게 만들기 쉽다. 이러면 아이의 발달을 오히려 방해하게 된다. 그려놓은 형태에 맞춰 색을 칠하게 해 놓은 '색칠공부'도 유아기에는 창의력을 방해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어린이다운 그림이 가장 훌륭한 작품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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