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탈락… 韓·中대결 5대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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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본선은 매년 대전 유성의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시작된다. 고즈넉한 수련장인 이곳은 '3백61로의 강자들'이 몰려들면서 순식간에 거친 정글로 변한다. 그러나 지난 27일의 전야제는 화기애애했다.

○…지난 대회 우승자 조훈현9단이 최근의 중국 강세가 심상치 않지만 후배들이 봐준다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조9단에게 7연승을 거두고 있는 이세돌3단이 "이미 선배 대접 많이 해드렸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머리를 박박 밀고 결의를 표명한 '우주류'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9단과 프로입단 2개월 만에 세계 32강에 합류한 세명고 1학년생 박진솔(16)초단에게도 TV 카메라가 집중됐다.

박진솔 초단도 석패

○…28일 오전 9시30분에 대국 개시. 3개 인터넷 사이트와 2개 TV방송이 중계에 들어갔다. 출전기사는 한국 13명, 중국 14명, 일본 5명. 치열한 한·중 대결이 곳곳에서 펼쳐졌는데 놀랍게도 중국이 한국을 계속 압도했다.

양재호9단이 뤄시허(羅洗河)9단에게 대마가 잡히더니 곧이어 강력한 우승후보 이세돌3단이 한물 간 노장 차오다위안(曹大元)9단에게 백으로 불계패하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실리를 내주고 중앙세력을 크게 키웠으나 흑이 두눈 딱 감고 뛰어들어 살아버리자 천하의 이세돌도 도리가 없었다.

어린 티가 줄줄 흐르는 박진솔초단은 점심시간에도 홀로 앉아 전력을 다했으나 장원둥(張文東)9단에게 져 초반 한·중 대결은 중국의 3대0 리드.

○…이창호9단이 중국 추쥔(邱俊)6단에게 압승을 거두고 최명훈8단도 중국 차세대 주역 쿵제(孔杰)7단과 접전 끝에 승리하며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러나 중국의 일인자 창하오(常昊)9단에게 형세를 유리하게 이끌던 최원용초단이 대어를 낚기 일보 전에 승부수에 걸려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고 최철한4단과 박승문4단도 중국의 신진강호 왕위후이(王煜輝)7단과 후야오위(胡耀宇)7단에게 무너졌다. 조훈현9단이 예측했던 대로 '중국바람'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풍이었다. 한·중 대결 중반전 스코어는 2대6으로 중국이 크게 리드했다.

유창혁·창하오 2회전 대결

○…나흘 전 한·중 천원전에서 우승한 박영훈(17)3단이 위기에서 한국의 버팀목이 되었다. 위빈(兪斌)9단을 끝내기에서 추격해 반집 차로 역전승한 것. 이후 유창혁9단과 조훈현9단이 돤룽(段嶸)7단과 왕시(王檄)4단을 차례로 꺾어 한·중 대결은 5대6으로 끝났다.

패배한 서봉수9단과 이세돌3단은 마음이 상한 듯 바로 서울로 떠나버렸다. 남은 기사들은 30일의 2회전(16강전)을 앞두고 대진 추첨에 나섰다. 추첨 결과 조훈현9단-펑취안4단, 이창호9단-후야오위7단, 유창혁9단-창하오9단, 최명훈8단-장원둥9단, 양건6단-뤄시허9단, 박영훈3단-차오다위안9단, 고바야시 사토루9단-왕레이8단, 하네 나오키9단-왕위후이7단이 각각 만났다.유창혁-창하오의 대결은 쌍방 무거운 승부. 이창호9단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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