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아부, 나쁘게만 보는 건 열등감일 뿐이라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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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앨버트 번스타인 지음
전미옥·이영아 옮김
랜덤하우스, 456쪽, 1만3000원

나쁜 보스
최경춘 지음
위즈덤하우스, 277쪽, 1만2000원

“일이 힘든 건 참아도 사람 때문에 힘든 건 못 참겠다”는 게 직장인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러기에 폭군, 아첨꾼, 거짓말쟁이, 게으름뱅이, 소심한 반항아로 가득찬 사무실에서 살아남는 법을 제시하는 책은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이 회사에서…』에선 임상심리학자이자 갈등해결 전문가로 35년간 활동한 저자가 직장 속의 비상식적인 일 86가지를 들고 ‘제정신인 당신이 버틸 수 있는’ 생존 전략을 제공한다.


잘못을 내게 뒤집어씌우고 호통 치는 상사에겐 해명은 무의미하다. 어차피 그가 원하는 건 으름장을 놔 이기는 것 뿐이다. 차라리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정중히 묻는, 합리적 역공을 선택하라. 뒷담화에 열중하는 ‘하이에나’에게 동조하지 말라. 당신이 다음 먹잇감이 될 테니. ‘일을 잘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은 버려라. 확신과 열의를 보이면서 상사의 업적을 읊는 ‘현명한’ 자화자찬이 낫다. 커피 자판기 주변의 풍문에 주목하라. 회사의 불문율은 금빛 액자의 미사여구가 아니라 거기에 있다.

저자는 사무실의 ‘진상’을 상대할 때 “분노하지도, 두려워 하지도 마라”고 당부한다. 조직 사회에서 중요한 건 ‘지배의 문제’지 내용이 아니다. 옳고 그르냐를 놓고 다투려 하지 말고 서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석하는 합리적 태도가 낫다는 조언이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중 상당 부분은 상사에게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나쁜 보스』는 직속상사의 ‘파괴적 리더십’이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 현역 컨설턴트의 조언을 담았다. 대단히 노골적이지만 그런만큼 믿음이 간다.

예를 들면 아부기술을 터득하라는 조언이 그렇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지 않는다면, 아부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단다. 누구나 자신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이라며 아부를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열등감의 표시일 뿐이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실상 아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고 당신의 보스도 예외는 아니라고 귀띔하는 식이다.

‘어딜 가든 나쁜 보스는 있으니 그 때문에 회사를 떠날 생각은 말라’, ‘사이코패스는 피하는 게 상책’ ‘보스의 보스를 내 편으로 만들어라’ ‘나쁜 보스는 우리의 미래’ 등 지극히 현실적이며 솔깃한 제안이 수두룩하다.

두 책 모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처럼 고상하고 품위있는 메시지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매일 비상식적인 ‘진상’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겐 “서랍 안에 두고 남몰래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듯하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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