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도쿄지검 특수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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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당수 일본인들은 믿을 수 있는 공공기관으로 검찰을 꼽는다. 정치인은 물론 언론조차 검찰을 비판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중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검찰의 꽃'으로 불린다. 검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근무하길 바라는 곳이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우리나라와 달리 '정치검찰' 논란에 좀처럼 휘말리지 않는 것은 독립성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검찰인사는 법무상(법무장관)이 아닌 검찰 출신의 검사총장(검찰총장)이 전담하며, 특히 도쿄지검 특수부의 경우 도쿄지검 검사정(檢事正·서울지검장격)이 결정한다. 특수부의 수사내용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다. 외부 영향력을 봉쇄하기 위해서다.

검사들도 퇴임 후 정계 진출을 꺼린다.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쳐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도쿄지검 출입기자를 지낸 일본 지지(時事)통신 요시다 겐이치(吉田 健一)한국특파원은 "특수부는 검찰 내에서도 독립된 조직"이라며 "당사자도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내사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기 때문에 국민의 신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1976년 미국 록히드사가 일본 정치권에 금품 로비를 한 혐의를 포착,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 총리를 구속한 록히드사건은 자세히 언급할 필요가 없는 대표적 사례다.

이같은 전통은 54년 세워졌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조선업계가 정부 지원금을 얻기 위해 당시 집권당이던 자유당 간사장 등 거물 정치인에게 로비를 벌인 혐의를 포착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압력을 받은 이누가이 다케시(太養 健)법무상이 지휘권을 발동해 수사를 중단시켰다. 이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법무상은 사임했고, 특수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47년 전후 혼란기의 경제 범죄를 담당하는 한시적인 조직인 경제부로 출발한 뒤 52년에 사건수사부와 합병하면서 지금의 조직이 됐다. 25년 경력 이상의 부장검사와 20년차 이상의 부부장 검사 세 명이 3개반을 지휘한다. 그 밑에 평검사 50여명과 수사관 등 3백여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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