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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오늘 10주년 탕자쉬안 외교부장 서면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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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중 양국이 24일로 수교 10주년을 맞았다. 양국은 그 사이에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전면적 호혜협력 동반자로 거듭났다. 중국 시장은 우리 경제의 활력소가 되었고, 중국 또한 경제 발전을 위해 우리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양국은 국제무대에서도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무역마찰, 탈북자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한둘이 아니다. 중앙일보는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 단독 서면 인터뷰를 해 수교 10주년의 한·중 관계와 그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수교 1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양국관계는 그동안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며, 양국 고위층도 빈번히 상호 방문했습니다. 1998년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1세기를 지향하는 중·한 협력동반자 관계 수립을 선포했고, 2000년에는 양국 지도자가 협력동반자 관계를 전면 발전의 새 단계로 추진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것은 중·한 양국 선린우호 협력관계의 발전방향을 확립해 주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양국의 경제무역 관계도 발전이 매우 빨라 상호 무역총액이 여섯배나 증가했으며, 양국 민간교류와 인적교류는 수십배로 늘어났습니다.

양국은 국제·지역 무대에서도 양호한 협력을 진행했습니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대국(大局)에서 출발, 남북 화해와 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습니다.

한국은 대만문제에 있어 하나의 중국정책을 견지해 주고 있으며 중국측은 이를 높이 평가하는 바입니다.

중·한 양국의 협력 잠재력은 여전히 큽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류를 강화하고 이해를 증진시키며 협력을 확대하고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해야 합니다. 동시에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두 나라 간의 문제를 처리해 양국 관계의 건강과 안정적 발전의 대세를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전을 받아들이며 힘을 합쳐 협력하고 함께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 중·한 양국 국민의 공동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는 중·한 협력 동반자 관계의 근본 목표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이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5월 중국의 해군 함정이 처음으로 한국에 기항했습니다. 군사교류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중·한 군사관계도 순조로운 발전을 해왔습니다. 양국 국방부장관이 상호 방문했고 해군함정도 상대국을 방문했습니다. 양국의 군사분야 교류는 나날이 확대, 심화하고 있습니다.

중·한 군사 우호교류의 발전은 상호 이해와 신뢰 증진을 돕고 양측의 이익에 부합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측과 함께 양국 군사분야의 교류를 진일보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중간 마늘 분쟁에서 보듯 앞으로 농산물 분야 등에서의 무역마찰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양국 무역 규모의 부단한 확대와 경제교류의 증가에 따라 이러저러한 갈등과 마찰이 생기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우호 협상을 통해 이같은 문제들을 모두 적절히 해결할 수 있었고, 양국 무역과 투자왕래는 지속적인 확대와 발전 추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양국 정부가 대국적인 입장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양국관계)발전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로 보고 지혜를 발휘해 적절하게 갈등과 마찰을 처리한다면 경제무역 협력관계의 앞날은 밝을 것입니다."

-중국의 탈북자 정책은 무엇이며, 탈북 관련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국과 북한은 우호 근린국가로 인적교류가 빈번합니다. 일부 북한 국민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들어오는 일이 간혹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중국에 오는 목적은 생계 도모로서 경제적인 데 원인이 있습니다. 이들은 결코 난민이 아니며, 불법월경자입니다.

중국은 북한 불법 입국자 문제에 대해 일관된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국내법·국제법 및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북한인 불법입국자의 중국내 외국공관 침입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공관침입 사건은 중국내 외국공관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뿐 아니라 그들의 정상적인 업무에도 큰 방해가 됩니다. 또 이는 중국 법률에 대한 도발이며 치안과 안정도 위협했습니다.

중국은 이 문제의 조사와 처리 과정에서 많은 사건의 배후에 한국 등의 NGO에서 조직·알선·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공관을 침입하는 북한인은 불법입국자들입니다. 국제법과 국제공약(협약)에 따르면 대사관은 피난소가 아니며 비호권이 없고 불법입국자의 제3국행 통로가 돼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불법활동에 종사하는 한국의 일부 비정부조직과 개인들이 중국의 법률 및 법규를 준수하도록 한국 정부가 엄격한 교육과 관리를 해줄 것을 희망하며 또한 요구하는 바입니다. 동시에 한국의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냉정하게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관련 문제에 대해 보도할 것을 희망합니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 어떤 구체적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까.

"최근 들어 한반도에 나타난 또 한차례의 (긴장)완화 기운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첫째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단호히 수호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남북 쌍방의 화해와 협력을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한반도의 최종적인 자주평화통일 실현을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우리는 지지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남북 쌍방이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자로서 한반도의 화해협력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지지하며, 한반도 문제에 관련된 각국이 대화를 통해 상호의 관심사를 해결해 관계를 개선하고 마지막에는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는 것을 지지합니다. 앞으로도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한국내의 중국 열풍은 대단합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입니다. 그러나 한국내에는 중국의 불투명한 국방비 문제 등을 들어 '중국위협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없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한국에서 일고 있는 '중국열풍'(中國熱)은 한국 국민이 중·한 관계를 한걸음 더 심화시키고자 하는 양호한 염원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는 매우 좋은 현상입니다.

최근 냉전사상을 버리지 못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계속 '중국위협론'을 떠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이른바 증거라는 것은 중국 국방비의 불투명(성)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몇몇 사람들이 '중국위협론'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미혹된 결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측면에서는 중·한 양국이 더욱 더 교류를 강화하고 이해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방어적 국방정책을 실행해왔고 국방비 지출도 전체적으로 볼 때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중국 정부는 국방지출에 대해 시종 엄격한 통제와 관리, 감독의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국방지출이 국가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감소하는 추세로 79년 17.37%에서 2000년에는 7.65%가 되었습니다. 중국 국방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9년 1.31%로 세계 주요국가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중국위협론'은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 지도자와 각계 인사들이 더욱 적극적이며 현실적인 태도로 중국 발전을 바라보고 있음에 주의하고 있으며 적지않은 지식층들은 '중국기회론'을 분명히 제시했습니다.이것이 주류입니다."

-한국 국민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중·한 수교 10주년을 맞아 저는 귀보(貴報)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께 뜨거운 축하와 안부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중·한 관계 발전을 위해 투신하신 모든 각계 인사와 친구들에게 숭고한 경의와 진심어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회고해보면 우리는 중·한 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바라보면 우리는 중·한 관계의 광활한 앞날에 큰 믿음을 갖고 있으며 더불어 그 임무의 막중함과 그 길이 머나먼 길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각계 인사들과 하나가 되어 중·한 협력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다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오영환 기자

탕자쉬안은

▶1938년1월 상하이시 출생

▶1962~64 국가방송사업국 직원

▶1964~70 외교부 통역·번역실 직원

▶1970~78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중·일우호협회 이사

▶1978~83 주일대사관 2등 서기관,1등 서기관

▶1983~88 외교부 아주국 1등 서기관,부국장

▶1988~91 주일대사관 공사참사관,공사

▶1991~93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1993~98 외교부 부부장

▶1998~현재 외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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