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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국 한국축구'희망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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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의 별명은 '한국의 마라도나'다. 그러나 22일 그는 잉글랜드의 '골든 보이' 마이클 오언이었다.

아르헨티나 유고 토칼리 감독이 경기 후 "10번 선수(최성국)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골을 어떻게 터뜨리는지 아는 선수였다"고 칭찬할 만큼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에서도 최성국(19·고려대)의 빠른 발은 빛났다.

전반 내내 신통치 못한 공격으로 끌려가던 한국팀이었지만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 최성국의 활약 만큼은 돋보였다. 후반 4분 왼쪽을 과감히 파고 들며 반대편 골문을 보고 오른발로 감아찬 슛은 분위기 반전의 신호탄이었다. 곧 이어 10분. 최성국의 지능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다.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특유의 발놀림에 의한 드리블은 상대 수비수들을 유혹하는 좋은 먹이였다. 빨려들 듯 수비수의 발은 최성국의 뒤꿈치를 건드렸고 최성국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월드컵 F조 예선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마이클 오언의 발놀림을 그대로 본뜬 듯했다.

최성국은 '스피드'와 '골감각'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지난 3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하프라인 부근부터 상대 수비수 네명을 휘저으며 골문 쪽까지 몰고 갈 때의 속도는 마치 몰아치는 태풍이었다.

더욱 돋보인 것은 주장으로서의 리더십. 오른쪽 허벅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90분을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많은 선수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나마저 부진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사력을 다했다. 이번에 지면 '역시 세계 최고 수준과는 격차가 있구나'하는 무력감에 빠질까봐 후배들을 독려했다"는 그의 말에서 보듯 그는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최성국은 지난 5월 초 국가대표팀에 훈련 파트너로 합류해 두달간 히딩크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송종국은 "최성국은 어리지만 워낙 드리블이 좋아 좀처럼 볼을 빼앗기가 어려웠다. 괜히 창피를 당할까봐 아예 근처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고 토로할 만큼 최성국은 뛰어났다. 4년 뒤 한국에 또 한차례의 신화를 안겨줄 주인공이 바로 그임을 축구팬들은 예감하고 있다.

수원=정영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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