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베들레헴서 완전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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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스라엘이 19일 요르단강 서안도시 베들레헴에서 병력을 완전히 철수하고 통금령도 해제했다. 팔레스타인이 자체적으로 치안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가자 퍼스트'안에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군의 철수 직후 팔레스타인 경찰 1백여명이 베들레헴에 진입해 치안 업무를 개시했다.

◇철군 의미=지난해 6월 조지 테닛 미국 중앙정보국장의 중재가 실패로 끝난 뒤 1년 넘게 평화협상이 중단돼온 상황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이 미국의 중재 없이 직접 평화안('가자 퍼스트'안)에 합의했고, 그 내용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이 팔레스타인의 치안유지 능력을 확인한 뒤 가자지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철군해 최종적으로는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봉기)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조건도 과거의 어떤 협상안보다 구체적이다. 이스라엘은 18일 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철군을 개시함으로써 실천 의지를 입증했다.

◇배경=온건파 노동당 지도자인 베냐민 벤엘리에제르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처음 제안한 '가자 퍼스트'안은 ▶지난달 말 안전지대로 여겨져온 대학구내(헤브루대)까지 폭탄공격을 당하면서 "군사공격만으로는 결코 테러를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이스라엘내에 확산되고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중동정세 안정을 바라는 미국의 평화협상 재개요구가 가중되는 상황을 타고 이스라엘 온건파가 강공으로 일관해온 아리엘 샤론 총리를 압박해 만들어낸 '승부수'로 풀이된다.

역시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개혁 및 협상재개 요구를 받아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서도 과거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시된 '가자 퍼스트'안을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BBC방송은 분석했다.

◇문제점=5개월에 걸친 이스라엘군의 집중공격으로 조직이 와해된 팔레스타인 경찰이 하마스·지하드 등 과격단체들을 진정시켜 치안유지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마스와 지하드는 19일 "협상안은 인티파다를 잠재우려는 기만책"이란 성명을 내고 추가공격을 다짐했다. 이스라엘내 강경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샤론 총리는 "'가자 퍼스트'안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주는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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