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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그림 드러난 정몽준 新黨 구상>출마선언-창당-합당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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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대선고지를 향한 정몽준(鄭夢準)의원의 구상이 점점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9일 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과의 회동 이후 벌어진 상황은 鄭의원의 생각을 좀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20일 鄭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독자신당이냐, 朴위원이 말한 민주당과의 통합신당이냐'는 질문에 "두개가 조금 다르면서도 서로 연결은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다. 鄭의원 주도로 신당을 만든 뒤 상황을 봐가며 민주당과 당대당 통합을 할지, 민주당을 흡수할지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구체적 신당 논의가 없었다는 鄭의원 주장과 달리 회동 때 자신의 발언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朴위원의 친필 메모에는 신당추진위 구성 등 세부 내용이 포함돼 주목된다. 신당추진위원장에는 전직 총리를 지낸 거물급 인사가 올라 있다. "鄭의원 혼자론 민주당 지지세력의 독자 흡인이 불가능""제3신당만으론 지역기반, 열성도, 전통적 지지층이 약해 부친의 실패 반복""여타 재벌의 견제는 분권형 개헌으로 해결 가능" 등의 내용들이다.

鄭의원은 회동에서 추진위에 파견할 대표자 선정 문제, 한화갑(韓和甲)대표의 의중, 민주당의 장래 사정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민주당 이인제(仁濟)의원측과 김상현(金相賢)의원이 전하는 '정몽준 구상'도 이와 비슷하다.

19일 鄭의원측 핵심 인물을 접촉한 의원 측의 한 의원은 "鄭의원이 9월 10일께 출마선언을 한 뒤, 독자신당 창당→박근혜(朴槿惠)의원의 미래연합과 1차 합당→제3신당 또는 '이인제+자민련 세력' 흡수→민주당 세력의 흡인 수순을 생각하고 있더라"고 했다. 이 의원은 "鄭의원은 이회창(會昌)후보가 신병풍으로 낙마할 경우 한나라당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홍구(洪九)전 총리·한승주(韓昇洲)전 외무장관·강신옥(姜信玉)전 의원 등 鄭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던 김상현(金相賢)의원은 사석에서 "鄭의원이 당장 민주당에 온다는 생각은 접었더라"고 말했다. "위험한 국민경선에서 자칫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鄭의원과 가까운 한 정계원로는 "추석 전 박근혜 의원과 함께 신당을 만들고 학계·유력인사를 동참시킨 뒤 서서히 민주당·자민련 등을 흡수하는 형식"이라고 鄭의원 구상을 전했다.

이런 그림들을 종합해 보면 鄭의원의 생각은 더 확실해진다. 우선 독자신당을 만들어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면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막판에 민주당 세력을 개별 흡인 또는 합당 형식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이는 후보 검증기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鄭의원측은 외부 환경도 면밀히 따지는 것 같다. 9월 7일의 경평(京平)축구, 9월말의 아시안게임도 중요한 변수다.한 측근은 "여론조사에서 후보를 계속 앞서고, 한나라당 후보가 신병풍으로 발이 묶이면 鄭의원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국민경선의 정통성을 내세우며 민주당 의원들을 붙잡고, 이와 별도로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김대중 대통령을 부정하는 개별합당 방식에 동의할 것인지가 불투명하다. 박근혜 의원의 동참도 두고봐야 할 문제다. 일단 朴의원은 "당을 같이 하자고 했던 지난 5월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은 지지도다. 鄭의원에 대한 한나라당의 본격 공세가 시작되면 鄭의원은 첫번째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최훈·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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