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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며 지불유예 선언 이재명 시장 공약한 3730억짜리 공원 추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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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판교특별회계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수천억원이 드는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670억원의 빚을 안고 있는 고양시는 행정타운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1일 성남시에 따르면 이 시장은 주거·상업지역 개발 예정지인 수정구 신흥동 1공단 부지를 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장은 6·2 지방선거 때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이곳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 시장은 당선 직후 1공단과 관련된 인·허가를 모두 중단할 것을 성남시에 요청했다. 그러나 1공단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려면 6년여에 걸쳐 확정된 도시개발구역지정을 취소하고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성남시는 공단 부지 8만4235㎡를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바꾼 ‘2020년 성남도시기본계획’을 2005년 6월 옛 건설교통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어 성남시는 1공단 부지를 주거용지 2만9407㎡, 상업용지 2만6778㎡, 도시기반시설용지 2만850㎡로 개발하는 ‘성남신흥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을 지난해 5월 승인했다. 김경묵 성남시 도시계획과장은 “도시기본계획은 5년마다 바꿀 수 있는데 지난해 변경했기 때문에 2014년에야 다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 임기 안에는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기에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욱이 도시기본계획 변경 승인 권한을 가진 경기도가 협조해야 한다.

여기에 1공단을 공원으로 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성남시는 사업비를 373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땅 가운데 7만4146㎡를 소유하고 있는 SPP㈜는 땅값을 45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성남시가 인건비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 한 해 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은 3000억원 선이다.

한나라당 소속의 한 시의원은 “후임 시장에게 짐이 될 것을 알면서도 추진하려 한다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 시장의 순수성이 의심받을 것”이라며 “동료 시의원 중에는 1공단 공원화 사업을 야권 후보 단일화의 대가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1982년에 지은 현 청사가 좁아 2020년까지 원당 뉴타운 내 5만2000여㎡ 부지에 복합행정타운을 지을 계획을 2년 동안 추진해 왔으나 브레이크가 걸렸다. 시는 사유지 매입비 730억원을 포함해 3000억원을 들여 시청·시의회·도서관 등이 들어서는 복합청사를 지을 계획이었다. 674억원짜리 일산서구청사 건립과 30억원짜리 백석2동 주민자치센터 신축 사업도 설계를 마쳤으나 신축 계획을 보류했다. 호화 청사 신축에 비판적인 여론 외에도 2670억원의 채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시흥시·수원시에 이어 셋째로 채무가 많다. 지난해 예산(1조3400억원) 대비 채무비율은 19.8%로 경기 북부 10개 시·군 중 가장 높다. 박중하 고양시 뉴타운사업팀장은 “행정타운 건립 계획은 규모와 내용물에 대한 구상 단계일 뿐이다. 필요성과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규모를 확정하겠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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