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기한 原子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주 전체의 별보다 많은 원자들로 이뤄진 우리 몸이 실상은 텅 비어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 많은 원자 하나하나가 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놀라운 사실과 관련된 오늘의 퀴즈는 원자의 내부 구조에 관한 것이다.<3=subatomic particles occupying T.regions>를 풀면 T.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세종류의 원자 내부에 들어있는 입자라는 뜻이다. 잠수함을 submarine이라고 하듯이 sub-는 무엇 밑이라는 뜻이다.

2백년 전 영국의 돌턴이 2천년이나 사장돼 있던 데모크리투스의 원자론을 부활시킬 때 그는 원자는 더 나눌 수 없는 딱딱한 입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 1백년 후 원자 내부에는 양성자·중성자·전자가 들어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들 세종류의 입자는 원자 내부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을까?

한밤중에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만취운전사가 있다고 하자. 갑자기 눈앞에 경찰차가 쭉 늘어서서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보인다면 정신이 번쩍 들어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1백80도 방향을 바꾸어 오던 길로 달아날 것이다. 여의도 광장처럼 넓은 길에 경찰차가 1백m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면 만취운전사가 탄 차는 경찰차 사이로 쌩하고 지나갈 확률이 높다. 만일 경찰차가 경부고속도로에 한대, 중앙고속도로에 한대 정도씩 있는 상황이라면 만취운전사 입장에선 전국의 방범망은 텅 비어있는 셈이다.

다윗이 물매로 돌을 가속시켜 거인 골리앗을 넘어뜨렸듯이 가속된 입자는 파괴력을 가진다. 입자가속기가 생기기 전 1896년에 방사능이 발견되면서 인간은 원자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가지게 됐다. 방사능의 일종인 알파입자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천연의 가속된 입자인 것이다. 1911년 뉴질랜드 출신의 러더퍼드는 알파입자를 얇은 금박지에 충돌시키자 대부분은 그대로 금박지를 통과하지만, 약 만 번에 한번은 알파입자가 정면으로 튕겨 나오는 것을 관찰했다. 만 번을 텅 빈 경찰차 사이로 빠져나가던 만취운전사가 억세게 운이 나쁘게도 한번 경찰차와 정면으로 마주친 셈이다. 러더퍼드는 이때 일을 "그것은 마치 15인치 대포알을 화장지에 쏘았는데 대포알이 튕겨나와 나를 친 것과도 같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이 만 번에 한 번 있는 충돌은 러더퍼드에게 원자에 관한 엄청난 비밀을 알아내는 행운을 안겨준 억세게 운이 좋은 사건이었다. 태양계에서는 태양계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이 중심의 핵을 이루고, 태양 바깥의 대부분 공간은 텅 비어있다. 이와 비슷하게 원자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중심의 원자핵을 구성하고, 가벼운 전자는 핵 바깥의 텅 빈 공간에 구름같이 퍼져 있다. 그래서 양성자·중성자·전자 이 세종류의 입자가 차지하는 영역은 작고 밀도가 높은 원자핵이라는 영역과 그 바깥의 텅 빈 영역, 이 두(two) 영역이다.

원자의 집단인 우리가 서로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원자 세계는 정말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보다 더 신기한 세계다.과학을 하는 것은 이처럼 신기한 세계를 끝없이 탐험하는 것이다. 돈을 받으면서 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