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강경파 미묘한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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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국회에서'240시간 연속 의원총회'란 이름으로 농성을 벌이며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에 목청을 높였던 그들이다. 현재까지도 표면상으로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국회 농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한 초선 의원은 "올해는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며 "개혁입법은 물 흐르듯 가도록 두면 될 것"이라고 했다. 재야 출신의 다른 강경파 의원은 "2월에는 지난해처럼 강경하게 개혁입법에 집중하는 형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의원은 아예 보안법 문제에 대해 "대체입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모두가 이런 생각인 것은 아니다. 한 강경파 의원은 "지금 대체입법을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얘기"라며 "차라리 그대로 뒀다가 나중에 사회 분위기가 성숙했을 때 완전히 털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했다. 이인영 의원도 "지난해 12월 정신에 입각해 2월까지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대협 출신의 우상호 의원은 "강경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다수는 자신들이 (강성 발언을 통해) 협상의'지렛대'가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반드시 원리.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사람은 소수"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여론의 향배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원칙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꼭 전당대회에서 다수의 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문학진 의원)는 얘기도 나온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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