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상위1%가 자산 38% 소유 '자본주의 위기론' 살아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세계증시 침체와 최악의 빈부격차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위기설'을 부활시키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경제학 교수 니얼 퍼거슨은 파이낸셜 타임스 주말판(17,18일자)의 특별 기고에서 "버블경제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파산 뒤편에 계급투쟁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퍼거슨 교수는 "마르크스가 대표저서 『자본론』에서 '자본주의는 부의 집중의 역사'라고 지적한 것처럼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로 자본주의의 결점들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1981년 미국에서 소득 상위 1%는 미국 내 자산의 25%를 소유했지만 90년대 후반 그 비율은 38%로 늘었다. 동시에 세계의 상품과 노동, 자본시장은 대폭 통합됐고 특히 국제자본은 19세기 후반을 연상시킬 만큼 소수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투쟁'이란 마르크스의 예언과는 다르지만 부르주아(중산층) 내부의 계급투쟁이 현대정치의 중추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이는 최근 회계부정으로 나타난 'CEO계급'과 '개미'계급 간의 이해대립을 의미한다.

퍼거슨 교수는 또 "최근 미국경제의 침체는 대공황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몇몇 증시 투기꾼들이 3만6천까지 오를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던 2000년 1월 정점에서 불과 2년새 26%나 곤두박질쳐 9천선에 머물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종합수익지수의 46%,나스닥의 74% 폭락은 1929~32년 대공황 당시의 89% 폭락과 89~92년 일본증시의 60% 폭락과 비견된다"고 말했다.

80년대 중반 국민순생산(NNP)대비 9~12%선에 달했던 저축률은 현재 4% 이하로 급감했고 실업률은 지난 3년간 2% 이상 상승하는 등 각종 거시경제지표도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퍼거슨 교수는 ▶미 주식시장이 안정돼 추가 버블 붕괴에도 투자자들이 놀라지 않을 것이며▶대공황 때와 달리 1%대의 낮은 인플레이션 ▶일본과 달리 미 금융권은 악성부채가 적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조종(弔鐘)'을 얘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엔론·월드컴 등 비리를 저지른 최고경영자들이 속출하는 현실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드러내는 징후"라고 그는 꼬집었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