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21명 어선 타고 귀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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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탈북자 21명을 태운 어선 1척이 18일 오후 서해상으로 탈출, 귀순해 왔다.

이는 북한 주민이 배를 타고 탈북한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북한 주민이 제3국을 거치지 않고 배로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한으로 온 것은 1997년 5월 김원형씨 일가족 등 14명의 귀순 이후 5년 만이다.

인천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쯤 옹진군 덕적도 인근 울도 서방 17마일 해상에서 북한 114지도국 소속 20t급 목선 1척이 경비 중인 우리 해경 경비정에 발견돼 즉각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해경은 이에 따라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한 19명을 해경 경비정에 옮겨 태운 뒤 이 어선을 예인, 19일 새벽 인천 군항부두에 도착했다.

어선에는 남자 14명, 여자 7명 등 모두 21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중 7명은 어린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일행은 어선의 선장 순룡범(46)씨 일가족과 친인척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선에는 취사도구와 소금 여덟포, 경유 6백50ℓ 등이 적재돼 있었다고 해경은 말했다.

이 어선은 17일 오전 4시 평북 선천군 홍건도 포구를 출항해 공해를 우회해 항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어선이 도착한 즉시 관계기관과 함께 탈북자들의 신원과 탈북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87년 2월 청진병원 의사 김만철씨 일가가 최초로 배를 타고 북한을 탈출, 일본에 도착한 뒤 한국에 망명신청을 한 바 있다.

최근 탈북 양상은 우선 중국으로 나간 뒤 그곳의 한국공관과 제3국 공관에 진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인천=정영진·엄태민 기자

◇탈북자 명단=▶순룡범(46)선장▶이경성(33)기관장▶순종식(70)▶순룡부(44)▶순룡일(41)▶순룡선(34)▶순영옥(38·여)▶김미연(68·여)▶최동현(41)▶최수향(14·여)▶최수련(9·여)▶순광명(11)▶순은경(8·여)▶김순실(41·여)▶순일(14)▶순광일(12)▶순광성(10)▶순은정(16·여)▶방회복(45)▶방금철(18)▶방규혁(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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