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개인 신용등급 세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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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부터 은행.보험 등 금융회사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려면 개인신용평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지난해 말 신용불량자 제도가 없어졌지만 금융회사들이 자체 신용평가를 엄격하게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신용평가 능력을 높이기 위해 개인신용정보회사(CB)의 고객 정보를 이용하는 등 개인신용평가를 본격적으로 할 방침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신용평가를 강화함에 따라 소비자금융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신용불량자 어떻게 바뀌나=국회는 지난해 12월 29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통과로 금융권은 신용불량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은행연합회가 3개월 이상 30만원 이상 연체자를 신용불량자로 공표하던 제도가 올해부터 폐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신용불량자란 명칭이 없어지더라도 신용불량 정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기존 신용불량자 정보를 '연체 정보' 또는 '신용불량 정보' 등으로 공유할 방침이다. 다만 종전처럼 신용불량자의 명단이 공표되고 이 때문에 금융거래 자체를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질 뿐이다.

◆신용에 따라 대접 달라져=신용불량자와 정상인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은행들은 개별 고객의 신용평가에 따라 금융거래 조건을 다르게 할 방침이다. 신용평가 등급 등에 따라 융통성 있게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종전에는 3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모든 금융거래가 제한됐지만 올해부터는 100만원 이하, 1000만원 이하, 1000만원 이상 등으로 연체자의 정보가 세분화될 수 있다. 100만원 이하 등의 소액 연체자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무조건 거래를 제한하지 않고 일정 기간 연체금을 상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은행들 신용평가 세분화=금융회사들은 고객 신용등급의 세분화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자체 개발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연초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체 자료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CB에서 정보를 제공받을 계획이다. CB에는 5일 이상 5만원 이상 연체하면 즉시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객의 신용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종전엔 다른 금융회사 거래의 경우 신용불량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알 수 있었지만 CB는 이보다 세분화한 금융거래 상황을 개인별로 축적해 금융회사에 제공하게 되므로 각 금융회사는 CB의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개인 신용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

김동호.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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