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소년 환경 지킴이들 남아共서 생태보존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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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 나무 이름은 지지푸스(ziziphus)라고 하는데 옛날 주민들은 서로 이어진 세 개의 잎맥이 자기 자신과 이웃, 그리고 자연을 가리킨다고 믿었지. 그래서 이 나무를 화합의 상징으로 여겼단다."

"이건 얼룩말의 배설물이야. 이건 흰꼬리누의 것이고. 이 두 종(種)은 하나는 풀의 윗부분만, 다른 하나는 풀의 아랫 부분만 뜯어먹기 때문에 같은 구역 내에서도 사이좋게 지낸단다. 이를 공생(共生)관계라고 하지."

마른 갈대 하나도 함부로 꺾지 않겠다는 선서를 하고서야 출발한 하이킹에서 지도교사의 이어지는 설명에 피부색도 언어도 제각각인 10여명의 청소년들은 저마다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림포포 주(州)의 오지(奧地)인 엔타베니 자연보호구역에서 열린 '세계 야생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

한국·일본·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13개국에서 온 이들 53명은 자신들의 나라에 있는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문화유산과 환경에 대한 영문 수필을 제출, 선발된 청소년들로 10박11일 동안 대자연 속에서 철저한 야영생활을 하며 환경친화적인 삶과 자연보존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들이 가장 흥미를 보인 프로그램은 지난 달 26일 있었던 '게임 드라이브'. 사파리차를 타고 하루 동안 자연보호구역을 누비며 사자·코뿔소·기린·산양 등 동물원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야생 상태에서 관찰한 이 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은 동물들의 생태와 함께 밀렵의 폐해 등을 자세히 공부했다.

이밖에 이들은 이번달 말 세계 1백50여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릴 '지속가능발전 세계 정상회의(WSSD)'를 앞두고 모의 정상회의를 열고 각국의 환경 오염 실태와 지속가능 발전사례 등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특히 이날 한국 대표로 참석한 김지완(대원외국어고3)양·황인성(경기과학고2)군·서영원(서현고1)양 등은 동강 개발을 저지시킨 환경·시민단체들의 활동과 난지도 재개발·청계천 복원 계획 등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金양은 "경제부흥을 위한 지나친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는 데 놀랐다"며 "환경 문제는 세계 모든 국가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번 프로그램을 주관한 엔타베니 자연보호구역 하네카 소장은 "1994년부터 9년째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면서 우리들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환경의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움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되도록이면 많은 세계 각국 청소년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 환경보존을 위해 힘쓰는 환경 전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림포포(남아프리카 공화국)=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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