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열린당지지세력 이탈방지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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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등을 둘러싼 당내 논란에서 강경파로 여겨져온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당 지지세력의 이탈방지를 호소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www.usimin.net)에 올렸다.

유 의원은 3일 올린'무한책임을 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새해 들머리부터 혼란에 빠져든 우리당에 대해 지지의사를 철회하는 분도 있고 탈당하는 당원도 있다"라면서 "너무 서둘러 떠나지는 말라. 망할 것이라는 예단도 잠시만 미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당원과 지지자들의 소망을 모아 이 난국을 지혜롭게 수습하겠다"면서 "저도 무한 책임을 지는 자세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유 의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저 개인적으로 절제되지 않은 분노를 표출한 일이 숱하게 많았다"면서 "타고난 성격이 못된 탓도 있겠으나 제가 큰 책임을 가진 분들이 잘못 결정하는 것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새해에는 우리당 안팎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절제되지 않은 분노를 표출하는 일을 삼가려고 한다"면서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인격을 수양하는 데 힘써야 하겠지만, 당과 국정을 위해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실제로도 책임을 지는 태도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홈피에 실린 글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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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새해, 하시는 일마다 큰 성취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유시민입니다.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는 국회 의사당에서 새해를 맞으며, 유난히 굴곡이 많았던 2004년을 돌아보았습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4년의 끝은 그다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허락하지 않는 법안은 상정조차 하지 못하는 17대 국회의 현주소를 확인하면서 쓰라린 마음을 달래야 했기 때문입니다.

속 많이 상하셨죠.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면서 스무 날 넘게 단식투쟁을 한 분들 앞에서는 차마 낯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161명이 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상정조차 해보지 못한 현실에 대해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 분노의 표출을 조금은 절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무엇을 잘못 했는지는 꼼꼼히 점검해서 같은 오류의 반복을 피해야 하겠지만, 어찌 보면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이 상황이 그냥 건너뛸 수는 없는 역사의 한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질타하시는 바 열린우리당의 무능함,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원들이 따로 노는 듯한 불협화음도 그러려니와, 자기네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대안 제시도 하지 않은 가운데 무조건 반대하고 몸으로 막는 한나라당의 대책 없는 반칙까지도 모두 우리 정치가 한 번은 거칠 수밖에 없는 역사의 한 국면이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2005년 한 해 동안 우리당은 이 국면을 슬기롭고 신속하게 통과하는 데 온 당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저 개인적으로 절제되지 않은 분노를 표출한 일이 숱하게 많았습니다. 타고난 성격이 못된 탓도 있겠으나, 제가 무언가를 책임지고 결정하는 위치가 아니라 작은 책임을 나누어 맡은 상태에서 큰 책임을 가진 분들이 잘못 결정하는 것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당 안팎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절제되지 않은 분노를 표출하는 일을 삼가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인격을 수양하는 데 힘써야 하겠죠. 그러나 당과 국정을 위해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실제로도 책임을 지는 태도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도부가 총사퇴함으로써 새해 들머리부터 혼란에 빠져든 우리당에 대해 지지의사를 철회하는 분도 있고 탈당하는 당원도 있습니다. 함께 걱정해 주십시오. 너무 서둘러 떠나지는 마십시오. 망할 것이라는 예단도 잠시만 미루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소망을 모아 이 난국을 지혜롭게 수습하고 지난날에 대한 반성을 발판 삼아 더 발전한 모습을 여러분 앞에 선보일 것입니다. 저도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모든 일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당의 상황과 향후 전개될 사태에 대해 드릴 말씀은 많으나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지난해 보내주신 과분한 성원과 격려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건강과 성취가 늘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1월 3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유시민 드림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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