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간판으론 안된다" 한 목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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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당무회의는 10일 신당 창당을 결의하고 추진위를 구성키로 했다. 8·8 재·보선 결과 호남 2석이라는 '냉혹한 민심(民心)'을 확인한 데서 오는 위기감이 "민주당 간판으로는 곤란하다"는 공감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는 9일 조건부 신당론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반노(反)·비노(非)진영과 '신당 창당'의 공통분모를 만들었다. 일단 봉합국면이다. 하지만 창당과 새 후보 경선의 방법을 놓고 의견들이 엇갈린다.

◇"눈물로 참회하자" 위기감 분출=9일 최고위원·상임고문단 연석회의에는 후보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화갑(韓和甲)대표는 "국민의 준엄한 채찍을 겸허히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후보는 "너무 참담하다. 후보로서 책임을 깊이 느낀다"고 했다. 후보는 재경선은 물론 여러 갈래의 신당 논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재·보선 유세 때와 달리 다소곳한 말투였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재·보선 참패의 절박한 심경이 분출됐다.

▶김근태 고문=참담하다. 재·보선 대책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해 상임고문직을 사퇴하겠다.

▶안동선 고문=책임을 지겠다면 국민이 납득할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후보가 6·13 지방선거 전에는 영남에서 한곳도 승리하지 못하면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6·13 후에는 재경선 용의를 표명했다. 재경선을 하겠다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겸허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라.

▶韓대표=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후보의 선(先)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 후보는 약속을 지켰다고 본다. 6·13 직후에는 당의 재신임을 받았고, "경쟁자가 나오면 재경선하겠다"고 했다. 지금 그런 경쟁자를 모셔오는 작업에 들어가려는 것 아니냐.

▶박상천·이협 최고위원=최고위원들이 책임지고 전원 사퇴를 결의하자.

▶한광옥 최고위원=뼈저리게 반성하면서 문을 걸어 잠그고 며칠 밤 눈물로 참회하면서 새출발을 다짐하자.

▶정균환 원내총무=오늘부터 마음을 비우자. 후보가 사전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도 일리가 있으나 새 당이 출범하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 아니냐.

▶김영배 고문=정당은 집권이 목적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국민이 받아주지 않는다. 통합신당으로 후보든 누구든 후보를 새로 뽑으면 승리할 수 있다. 후보가 신당 수용·재경선 용의를 표명한 것은 다행이다. (회의장을 나서며)후보가 깨끗하게 책임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말할 수 없는 쾌감을 주었을 텐데 아쉽다.

◇친노(親)·비노(非)세력 움직임=친노 진영의 '쇄신연대'소속 이재정(在禎)·장영달(張永達)의원 등 7명은 이날 오전 모임에서 "신당 후보경선은 국민경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 입장과 같다.

박병석(朴炳錫)의원 등 비노(非)세력이 상당수 포함된 중도개혁포럼(회장 鄭均桓)소속 의원 14명은 이날 오후 모임에서 "신당 창당을 환영하지만 우리는 후보와 당지도부가 신당 창당 선언으로 사실상 사퇴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결론내렸다.朴의원은 "후보가 현재 위치를 활용해서는 안되고 신당 창당을 위한 과도기의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훈·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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