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뒤끝 감기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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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무더위에 이은 급작스런 집중호우로 여름 감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무더위 기간 중 무리해서 피서를 강행한 사람들이 갑자기 기온이 저하되자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열이 나고 전신이 아픈 것은 겨울 감기와 똑같다. 다른 점은 기침이나 가래 등 호흡기 증상보다 배탈과 설사, 구토 등 소화기 증상이 많다는 것. 배탈이나 설사는 식중독이나 이질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혈변이나 심한 복통이 없는 것이 특징. 몸이 오슬오슬 춥고 서너 차례 이상 설사를 하거나 식사 전후 구토감을 느낀다.

여름 감기의 원인은 겨울 감기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다. 아데노바이러스·로타바이러스·엔테로바이러스 등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관여한다.

일단 여름 감기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 환자나 가족 모두 비누로 손을 열심히 씻어야 한다.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무심코 코나 입을 만질 경우 전염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들 바이러스가 워낙 흔해 일일이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름 감기의 원흉은 엉뚱하게도 햇볕 자외선이다.

아주대병원 피부과 이성락 교수는 "피서지에서 피부를 자외선에 오래 노출시킬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며 "땡볕에 오래 있지 말고 긴팔 옷을 입으며 맨살엔 반드시 자외선 차단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충고했다.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자동차 유리를 적절히 코팅하는 것도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

이 교수는 "자동차 유리 코팅은 피부건강에 해로운 자외선뿐 아니라 햇볕의 열을 전달하는 적외선까지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검은 코팅은 사고 방지를 위해 피한다.

여름 감기 증상 중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설사.

무더위로 인한 땀으로 수분이 소실되는데다 설사까지 겹치면 탈수와 전해질(電解質)손실로 무기력증과 관절통 등 여름 감기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에 비해 탈수로 인한 피해가 큰 아기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과 혈변 등 격렬한 설사엔 일단 금식하고 항생제를 투여한다.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는 쓰지 않는 것이 원칙.

그러나 여름 감기로 인한 설사는 대처방법이 전혀 다르다. 금식보다는 소량이라도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동수 교수는 "의사들도 과거 설사엔 무조건 금식이 좋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죽 등 유동식이라도 식사를 계속하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설사 치료의 개념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설사가 있다고 안먹을 경우 영양결핍으로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아기들의 경우 보리물을 자주 먹이는 것이 권장된다. 그러나 탈수가 심할 경우 약국에서 '먹는 포도당'분말을 구해 물에 타 먹이는 것도 좋다.'먹는 포도당'제제는 의사의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다.

전신이 아프거나 괴로운 증상은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등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구토감이 심할 땐 의사와 상의해 구토를 멈추는 약물을 먹도록 한다. 여름 감기는 대부분의 다른 바이러스 질환과 마찬가지로 며칠 앓다가 저절로 좋아지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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