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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아들 한국판 우즈 꿈꿔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이제 이탈리아에서는 '배구감독 김호철'보다는 '골프선수 김준의 아버지'로 통합니다."

현역 시절 '컴퓨터 토스'로 이름을 날린 이탈리아 프로리그 트리에스테팀의 김호철(46·사진(左))감독이 여름휴가를 이용해 서울에 왔다가 7일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핸디캡8의 골프광인 김감독의 외아들 김준(14)은 이탈리아 주니어골프계의 정상권 선수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 진출해 '한국판 타이거 우즈'가 되는 게 꿈.

김감독은 "준이 방에는 타이거 우즈의 대형 사진이 붙어 있다"며 "우즈를 제일 좋아하면서도 반드시 꺾어야 할 선수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근황을 알려달라.

"트리에스테를 3년째 맡고 있다. 올해는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 선수들을 대폭 물갈이해 내년 시즌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1남1녀가 다 운동선수라는데.

"딸 미나(18)는 이탈리아 여자프로팀 파르마에서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키가 1m76㎝로 큰 편이다. 준이에게도 배구를 시키고 싶었지만 꼭 골프선수가 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나."

-준이가 골프 선수가 된 계기는.

"한국과 달리 이탈리아 골프장은 텅텅 비어있다. 우리 부부는 가끔 골프를 치는데 어느날 골프장에 따라온 준이가 자기도 하고 싶다고 졸랐다. 골프채를 사주고 처음 그립을 잡을 때부터 코치에게 레슨을 받게 했다. 독학을 한 탓에 폼이 엉망인 내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웃음).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잘하고 본인도 재미를 느껴 결국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금도 그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데 그는 준이가 조금 더 크면 아예 매니저로 나서겠다고 한다."

-준이에 대해 좀 더 말해달라.

"키가 벌써 1m82㎝나 된다. 너무 클까봐 걱정이다(웃음). 현재 중학교 졸업반이며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3년 됐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국가대표감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어느 골프장에 가도 그린피를 내지 않는다."

-준이의 특기는.

"드라이버샷이다. 보통 3백야드를 날린다. 파5홀은 대부분 2온시킨다. 나도 아마추어로는 장타인데 나보다 50야드쯤 더 때린다.나는 성격이 급한데 준이는 엄마를 닮아 아주 침착하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우리집은 지금도 베네치아 근교다. 팀이 있는 트리에스테까지는 약 1백50㎞ 떨어져 있지만 준이의 골프 때문에 이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준이는 유럽투어를 거처 미국투어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힘닿는 데까지 지원해줄 생각이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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