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의사들 비리 위험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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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독일 의사들은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7일 의료업계의 부패상을 이렇게 꼬집으며 의료 비리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독일 의료업계에서는 유령환자와 허위청구를 활용, 진료비를 건강보험조합에 불법 청구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한 신경과 의사는 오래 전 사망한 할머니를 유령환자로 만들어 돈을 타내다 들통났다.

이 의사는 '83세 할머니에 대한 진료비' 명목으로 수십 차례 진료비를 타냈는데 이를 미심쩍게 여긴 조합이 조사에 나서 할머니가 이미 수년 전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 일반의는 안과 여의사인 부인이 모아준 학생들의 건강보험카드를 근거로 한번도 진료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진료비 35만유로(4억2천만원)를 청구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일"이라며 "건강보험조합은 진료비 청구서 5건 중 한건은 고의나 실수로 내용이 잘못 기재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합 측은 진료비 허위 청구에 따른 손실이 연 10억유로(1조2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신문은 "의사협회를 통해 조합에 제출되는 의사들의 진료비 청구서가 익명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조합이 내역을 파악할 수 없고 이 때문에 비리가 방치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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