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주도권 쥔 한나라 大選 자신감 … 인재 영입 나설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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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가 대선 가도에 날개를 달았다. 8·8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압승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제 국회 과반의석을 장악했다.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재·보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당분간 신당 창당 문제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그래서 '이회창 대세론'은 더욱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기반도 더 단단해졌다. 6·13 지방선거 이후 활동이 위축된 비주류는 목소리를 내기가 더 어렵게 됐다.

서청원(徐淸源)대표-김영일(金榮馹)총장 체제도 순항의 길로 들어섰다. 당이 안정되면 될수록 후보는 마음 편하게 대선 준비를 할 수 있다. 지방선거와 재·보선 연승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 무엇보다 인재 영입작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그러나 선거 압승의 부담이 없는 게 아니다. 후보와 한나라당은 수권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당 안팎에선 "몸을 낮추고 겸양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왜 이회창이어야 하는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운영에도 제약이 많다. 과반수를 장악했다고 해서 표결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만하다"는 비판여론이 형성될 땐 국민의 견제심리가 발동할 수도 있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막는 일도 중요하다. 민주당은 후보 아들들의 병역면제 문제를 비롯한 '이회창 5대의혹'을 대선 때까지 집요하게 끌고갈 계획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른바 '반(反)DJ'정서는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부패정권 연장을 위한 정치공작" 등 한나라당의 반격은 효과가 줄어들지 모른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反)이회창 연대'가 성사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한나라당이 이번 선거 압승을 기뻐하면서도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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