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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돈줄 뚫어 거래 숨통 터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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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2월 주택 양도세 한시감면 조치가 끝난 뒤에 연장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전히 부동산 시장은 침체돼 있었고, 건설사들은 정부의 연장 조치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말 이미 연장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며 “연장은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국회에서 연장 여부를 묻는 의원들에게 시달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느 날 덜컥 “검토해 보겠다”는 답을 하고 만다. 정부 당국자들은 의례적인 답변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 부여를 피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진실이 드러났다. 지난 3월 18일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방 미분양 아파트 양도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발표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다루는 정부의 움직임이 2~3월과 빼닮았다. 이리 빼고 저리 빼고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물러서기 시작했다. 윤 장관은 19일 “지금은 불변이지만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절대 바꿀 수 없다”에서 “영원불변한 법칙은 없다”로 바뀐 것이다. 정부 내의 강력한 ‘DTI 수비대’의 전열이 흐트러진 모습이다.

이런 미묘한 변화의 배경을 찾으라면 첫째는 금리 인상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는데도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오히려 부동산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사실 금리인상과 부동산 규제 완화는 하나의 정책 조합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한 달 먼저 기준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정부로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정치권의 요구도 거셌다. 지방선거 이후 패인을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서 찾는 분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윤 장관은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주문하는 정치권의 요구 사이에서 ‘절대 불가’를 계속 외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뿐 아니라 정치권의 압력도 상당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여당의 규제 완화 요구가 거셌다는 얘기다. 지난 주말을 거치며 정부 내 분위기도 다소 달라졌다. 금융위 손을 들어줬던 청와대의 입장이 조금씩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앞서 나왔던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과감한 완화는 어렵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DTI 규제의 골간을 흔들진 않겠지만, 예외적 완화를 통해 자금줄을 뚫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DTI 규제 완화가 부자들만을 위한 것으로 비판 받지는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조금 더 붙었다. DTI 규제를 풀자는 건 사실상 서울 강남 3구의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지만 부동산 거래가 수도권 전역에서 사실상 멈춰 섰기 때문에 특정지역만의 민원처리성 규제 완화로 비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DTI 규제를 완화한다고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을 것 같지 않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효과 없는 대책만 내놓을 경우 자칫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걱정이다.

허귀식 기자

◆담보인정비율(LTV : Loan to Value)=주택담보대출 때 집값의 얼마까지 담보로 인정해 주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보통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하며 LTV가 40%라면 시세의 40%까지만 대출 담보로 인정해 준다는 뜻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 Debt to Income)제도=담보대출을 받을 때 돈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를 소득으로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제도.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DTI다. 주택투기지역(강남 3구)에서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살 때 담보 여유가 아무리 많더라도 DTI의 40%를 넘겨 대출받지 못한다. 나머지 서울지역은 50%, 수도권은 6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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