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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NEW국민은행배]중·고교 6년 한솥밥 동기 박정은 '맞불' 이언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6일 시작될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준결승의 변수는 삼성생명의 리더 박정은과 신세계의 슈터 이언주다. 박정은이 위기 때 후배들을 어떻게 이끄느냐, 정선민이 막힐 때 이언주의 외곽슛이 얼마나 터지느냐가 미세한 승부를 만들 것이다.

두 선수는 서로를 맞수비할 때가 많다. 박정은은 "내가 수비하면 언주가 부담스러워 한다"고 하고, 이언주는 "정은이는 끈질기게 수비하면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며 역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코트에선 인정사정없지만 둘은 오랜 친구 사이다.

13년 전 이언주는 부산 동주여중에 입학해 박정은을 처음 만났다. 초등학교에서 함께 운동한 친구들과 같이 진학한 이언주와 달리 박정은은 농구 명문교를 찾아 멀리서 혼자 왔다. 키크고 몸이 허약한 데다 낯을 가리는 외톨이 박정은을 이언주가 잘 챙겨줬다. 박정은은 "조그마하고 귀여운 언주와 밥도 같이 먹고 화장실도 같이 갈 만큼 친했다"고 회상했다.

세계선수권 준우승 주역 박신자씨를 고모로 둔 박정은의 피가 먼저 끓었다. 이언주가 선배들 뒤치다꺼리에 여념없던 동주여상 1학년 때 박정은은 청소년대표가 됐고, 삼성에서 억대 계약금으로 입도선매했다. 이언주는 부러움 속에서 지켜봤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이언주는 고교졸업 후 한국화장품에 입단했으나 팀 해체로 선수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신세계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해체된 실업팀에서 옮겨 이언주와 비슷한 선수들이 득실득실했다. 박정은은 "그때 언주의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말했다.

이언주는 "정은이처럼 우승도 해보고 국가대표도 해봤으면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기억했다. 이언주는 지금 신세계 주축선수로 우승도 네차례나 했고 국가대표도 됐다. 두 선수는 요즘도 경기 시작 전 투박한 부산 사투리로 "친구야,다치지 말자"는 덕담을 나누고,경기가 끝나면 "수고했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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