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핫 이슈] 2. 아파트 청약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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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올해 주택 청약시장은 대변혁기가 될 것 같다. 주택 청약 관련 제도가 확 바뀐다. 3월부터 공공택지지구에서 분양가 상한제(원가연동제).채권입찰제.청약자격 강화 등의 새 제도가 시행된다.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굵직한 변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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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경우 '상반기 약세, 하반기 회복'을 점치면서 판교 분양 시점(6월 예정)을 변화의 분수령으로 본다. 이 때문에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전략을 잘 짜야 한다. 판교를 고수할 것인지, 당첨 가능한 서울 등지의 유망단지로 방향을 틀 것인지를 미리 정해야 한다. 청약 자격이 강화돼 통장을 한 번 쓰면 5~10년간 1순위 청약을 제한받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청약사업팀 장용규 과장은 "판교.서울 저밀도지구 등 알짜 단지가 쏟아져 청약통장으로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새 제도 무대에 올라=새 청약 제도의 시험이 시작된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의 분양가를 묶는 것이고, 전용 25.7평 초과에 적용하는 채권입찰제는 채권을 가장 많이 산 업체에 택지를 주는 것이다. 하나경제연구소 양철원 연구원은 "분양가를 턱없이 높이거나 공공택지를 웃돈을 받고 파는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자격은 까다로워진다. 전용 25.7평 이하의 75%는 무주택 세대주에게 공급하는데, 3월부터 35~40세가 넘고 무주택 기간이 5~10년 이상인 통장가입자들에게 먼저 배정한다. 종전 당첨 사실이 있어 1순위로 청약할 수 없는 경우도 5년 내에서 10년 이내로 늘렸다. 이 때문에 장기 무주택자가 아니면 택지개발지구의 중소형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어렵게 됐다.

그러나 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등을 악재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우림건설 강명규 전무는 "분양권 전매는 안 되지만 분양가를 규제한 만큼 웃돈 호가가 높게 형성돼 청약열기가 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자격에 대한 추가 규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팀장은 "미분양이 늘 경우 내수 침체를 부를 수 있어 더 이상의 규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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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는 숨통 트일 듯=청약률 하락 현상은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주공 주택 도시연구원 김용순 박사는 "기존 집값이 오르지 않고, 판교 분양을 앞두고 있어 상반기까진 분양시장의 청약열기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하반기로 갈수록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판교 때문이다. 대림산업 박정일 상무는 "판교는 그간 분양시장을 억누른 악재였지만 올해는 호재로 바뀔 것"이라며 "판교 분양 뒤에는 불확실성이 걷히고, 청약 열기가 다른 지역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판교 등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자격 강화도 분양시장엔 나쁘지 않은 재료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판교 청약을 위해 통장을 아껴둔 무주택자와 1순위자 중 상당수가 판교 쪽에 통장을 쓸 수 없게 됐다"며 "이들이 서울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 물량 감소도 호재다. 주공 연구원은 민간 택지 부족,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아파트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새 아파트 마련 적기=침체기가 아니면 분양받기 어려운 알짜 단지가 무더기로 선보인다. 따라서 청약통장 활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5~10년 이상 집이 없는 세대주 중 전용 25.7평 이하에 청약할 수 있는 1순위 통장이 있다면 판교에 도전해야 한다. 장기 무주택자에게 전체 물량의 75%를 먼저 배정하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높다. 과거 10년 내 당첨 경력이 있어 1순위 자격을 잃게 된 경우는 서울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서울에선 ▶잠실주공1, 2단지▶잠실 시영▶대치주공 2차▶화곡2 주공 등 저밀도지구의 일반분양 물량이 눈길을 끈다.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용산동5가 삼성.현대▶여의도 LG자이▶목동 삼성트라팰리스▶황학동 롯데캐슬 등도 노릴 만하다. 세종디엔씨 문형섭 대표는 "판교 신도시가 주거지로서 정착하려면 2010년은 돼야 한다"며 "신도시 때문에 서울의 알짜 단지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 풍산지구와 송도.파주 신도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화성 동탄신도시는 2월께 2단계(3차) 분양이 예정돼 있는데, 판교 청약 강화의 반사이익을 받을지 주목된다.

경기도의 재건축 단지도 관심 지역이다. 주거환경이 쾌적한 과천 원문 주공3단지가 일반분양하고 ▶수원 매탄 주공2단지▶인천 가좌 주공1단지▶인천 주안 주공 등도 대단지 이점을 내세워 청약자들을 끌어 모을 것 같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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