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린 친구가 도대체 누구야?(Who’s that kid?) 제법 잘 치는데.” “글쎄, 한국에서 온 아마추어라는데.”
갤러리 사이에서 이런 대화가 들렸다. 스코틀랜드 골프팬들이 한국의 아마추어 골퍼 정연진(20)을 두고 수군대는 소리였다.
브리티시 오픈에 출전한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정연진이 셋째 날 7번 홀 그린 주변에서 벙커 샷을 하고 있다. 아마추어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실버 메달은 그의 차지가 됐다. 그는 “목표였던 실버메달을 걸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세인트앤드루스 AP=연합뉴스]
정연진
정연진은 아마추어답지 않게 쇼트게임과 퍼팅 실력이 돋보였다. 특히 3라운드 5번 홀(파 5·568야드)에선 시속 60㎞의 강풍 속에도 두 번째 샷을 그린 오른쪽 프린지에 떨어뜨린 뒤 약 10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 그린을 놓쳐도 20~30m 거리에서 공을 굴려 홀 가까이에 붙이는 칩샷 능력이 프로골퍼 못지않았다. 퍼팅 수는 1, 2라운드는 각각 29개, 3라운드는 33개. 1m76㎝, 71㎏으로 프로골퍼치고는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탄탄한 기본기에 장타력과 정교함을 겸비한 모습이었다.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거뒀는데도 정연진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번 대회 목표가 아마추어 1등이었습니다. 쉬운 코스가 아니어서 끝까지 방심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가장 자신 있는 샷이 뭐냐고 물었더니 “다 잘하는 편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퍼트”라고 대답했다. 정연진은 또 “다음 목표는 세계랭킹 1위 정복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힘줘 말했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 등 기라성 같은 골퍼들이 버티고 있는 남자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랭킹 1위를 차지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경상도 사나이’ 정연진(부산 해운대고 졸업)은 억센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3년 전만 해도 저는 아마추어 랭킹 1000위 밖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마추어 1위입니다. 프로무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남아공의 무명 루이 우스트히즌(27)이 4라운드 2번 홀까지 합계 15언더파로 5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드 코스에서 3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타이거 우즈는 마지막 날까지 맥을 못 췄다. 전날까지 공동 18위(-3)에 머물렀던 그는 4라운드 전반 9홀에서 더블보기 2개를 범하면서 중위권(합계 2언더파)으로 처졌다. 독특한 퍼터를 들고 나왔던 최경주(40)는 2라운드까지 6오버파를 쳐 컷 탈락했다.
세인트앤드루스(스코틀랜드)=정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