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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일본 유바리市는 왜 망했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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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파탄 나면 어떤 상태에 빠지는가. 2006년 6월 20일 재정 파탄을 선언한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夕張) 시를 보자. 파탄 후 1년 만에 공무원 수가 반으로 줄었고, 나머지도 연차적으로 더 감축해야 한다. 퇴직수당을 매년 10개월분씩 감축하자 먼저 퇴직하려 기를 쓰는 공무원들…. 그러나 주민들은 ‘간부 공무원들은 끝까지 남으라’는 피켓을 들고 울분을 토한다. 그나마 남아 있는 공무원도 관리직은 50%, 일반직은 30%씩 봉급을 삭감했다. 86만2000엔(약 1200만원)이던 시장의 월급은 25만9000엔으로 줄었다.

공공재 성격의 교육·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중학교 4곳이 하나로, 초등학교 7곳이 하나로 각각 통합되면서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시립종합병원도 문을 닫기로 했다가 50여 명의 투석환자 때문에 한 명의 의사만 남겨 놓고 결국 민영화의 길을 택했다. 공중화장실도 없앴다. 퇴로가 없는 이 도시에서 세금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전에 없던 입탕세까지 도입됐다.

그러나 유바리 시는 일본 최고의 석탄 생산지였고, 한때 일본에서 지자체 경영대상을 도맡아 수상한 스타였다.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와 관광개발은 최고의 평가를 받은 아이디어 작품이었다. 특히 1979년부터 24년간 재임했던 나카다 데쓰지(中田鐵治) 시장은 중앙정부 돈을 얻어오는 데 귀신 같은 수완을 발휘했다. 그런 유바리의 재정 파탄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문제는 일본의 에너지 정책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1960년 12만 명으로 정점을 이뤘던 주민 수는 급감했다. 고용 확보와 인구 감소를 저지하려 안간힘을 쓰던 유바리시는 ‘탄광에서 관광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관광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여기에다 ‘아무리 차입금을 많이 갖다 써도 마지막에는 국가가 책임질 것’이라던 나카다 전 시장의 자세가 불행을 잉태하고 있었다.

유바리 시가 투자했던 관광시설은 강한 브랜드를 형성하지 못했다. 경쟁에 밀리고 관광객이 오지 않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에 투자를 했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관광시설은 돈 먹는 하마로 둔갑했다. 지역경제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2006년 인구는 1만3000명으로 줄어들었다.

모든 투자를 시가 직접 책임지는 방식은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이었다. 빚을 얻어 공무원의 발상으로 경영하는 회사가 부도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더욱이 중앙정부의 지방정책 노선도 바뀌었다. 지방의 고질적인 중앙 의존 관행에 쐐기를 박기로 한 것이다. 유바리 시의 재정 파탄은 사실 전국의 지자체에 보낸 중앙정부의 경고장이었다. 유바리는 더 이상 손을 내밀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마치 개인이 카드 돌려 막기를 하듯 특별회계와 지방공사 그리고 시가 출자한 회사 등을 이용해 채무를 돌려 막으며 건전한 지자체인 것처럼 포장했다. 그러다 분식회계 행각이 탄로나는 바람에 모든 금융기관으로부터 외면당했고, 2006년 두 손을 들게 된 것이다.

우리는 유바리의 재정 파탄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가장 큰 교훈은 장기 집권과 통제 없는 권력의 무서움이다. 경기도 성남시의 일당 독주 정치가 호화 청사 건립의 배경이었던 것처럼, 유바리에서도 의회 견제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원인은 고질적인 중앙 의존과 무모한 시설투자였다.

물론 유바리가 관광 개발을 위해 노력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모든 투자를 행정이 주도하고 그 손익을 지자체가 책임지게 한 방만한 시스템이 문제였다. 그리고 이를 체크하는 시스템이 없었다. 일본의 경우, 재정이 방만한 지자체는 재정건전화 단체와 재정재생 단체로 지정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을 체크해 문제가 있을 때 옐로카드를 제시한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레드카드를 꺼낸다. 이젠 우리도 감시·견제·경고 시스템을 실시해야 할 때다.

강형기 교수 충북대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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