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와 황제가 만나면… 우즈-니클로스 무적'환상콤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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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3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 골프장(파72·6천3백33m)에서 벌어진 '빅혼의 결투Ⅳ'. 대회명과는 정반대로 한여름밤의 골프 축제에 가까웠다.

'황금 곰' 잭 니클로스(62)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26·이상 미국)는 명성에 걸맞은 환상적인 샷을 선보였고, 리 트레비노(63·미국)와 세르히오 가르시아(22·스페인)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연신 웃음꽃을 터뜨렸다.

빅혼의 결투는 미국의 ABC방송이 TV특집용으로 기획한 이벤트성 골프대회. 1999년 우즈-데이비드 듀발(미국), 2000년 우즈-가르시아, 지난해 우즈·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듀발·카리 웹(호주) 조의 혼성대결에 이어 올해가 네번째다.

두 선수 중 좋은 스코어를 택하는 방식의 베스트볼 방식으로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우즈·니클로스 조는 8번홀부터 앞서나간 뒤 두 홀을 남기고 세 홀차의 승리를 거두며 우승상금 1백20만달러(약 14억원)를 나눠 가졌다.

<표 참조>

가르시아·트레비노 조는 50만달러를 받았다.

지난주 영국에서 벌어진 브리티시 오픈 3라운드에서 81타의 망신을 당했던 우즈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펄펄 날았다. 16번홀까지 9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환갑이 넘은 니클로스도 팔짱만 끼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니클로스는 9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을 홀 30㎝ 지점에 떨군 뒤 컨시드를 받아 버디를 추가했다.

8번홀(파3)에서 우즈의 버디로 리드를 잡은 우즈·니클로스 조는 9번홀 니클로스의 버디로 2홀차로 스코어를 벌렸다.

10번홀(파4)에서는 다시 우즈가 샌드웨지로 두번째 샷을 홀 1.5m 지점에 떨어뜨린 뒤 가볍게 버디로 연결시켜 4홀 연속 승리를 거뒀다.

15번홀부터는 라이트를 켠 채 경기를 벌였다. 그러나 16번홀에서 비긴 뒤엔 더이상 경기를 벌일 필요가 없었다. 이미 승부는 결정난 상태였다.

가르시아·트레비노 조는 4번홀부터 6번홀까지 잇따라 승리를 거두며 한때 1홀차로 앞서 갔으나 우즈의 상승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세계적인 유행어가 된 걸까. 우즈는 자신의 어릴적 우상인 니클로스와 라운드를 마친 뒤 "그와 함께 경기를 벌이다니 믿을 수 없다. 꿈이 이뤄졌다(It's a dream come true)"고 말했다.

한편 주최측은 올해로 빅혼의 결투 시리즈를 마감하고 내년부터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트윈브리지 골프장으로 대회장을 옮길 계획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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