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비리 수사 중간 점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가요계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연예기획사 임직원들의 횡령 등 구조적 비리를 적발한데 이어 기획사측에서 돈을 받은 방송사 PD·스포츠신문 기자들을 잇따라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30일 A사 등 연예기획사 세 곳에서 6천8백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MBC PD 이성호(李晟豪)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일간스포츠 간부 方모씨를 상대로 금품 수수 혐의를 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 대상자 20여명 중 2천만원 이상 금품을 받은 간부급 PD·기자 6~7명을 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PD 3명▶스포츠신문 간부 2명▶기획사 대표 및 음악방송 간부 각 1명 등 모두 7명을 구속했다.

◇연예기획사 비리=코스닥 등록 및 증자과정에서의 비리와 PD 등에게 앨범 홍보비(PR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했는지가 수사의 초점이다.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이수만씨는 이 회사 사장 김경욱씨와 횡령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李씨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GM기획의 경우 잠적한 대주주 김광수씨의 횡령 혐의와 대표 權모씨가 PD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도레미 미디어 대표 박남성(잠적)씨는 회삿돈 23억원을 빼내 주식 투자와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조폭 자금 유입=검찰은 수개월간 내사 과정에서 조직 폭력배들이 연예계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기획사 경영에 직접 뛰어든 사례도 파악했다고 한다.

연예기획사 D사와 코스닥에 상장된 또 다른 D사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은 "두 회사의 대표가 조직 폭력배들과 연결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이들 회사의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PD·스포츠지 기자 비리=검찰은 지속적으로 금품을 챙긴 간부급 인사들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연예담당 일부 간부들이 기획사로부터 금품·향응을 받고 방송 출연 횟수를 늘려주는 등 잘못된 거래 관행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일부 PD의 경우 단순히 돈을 받고 가수들을 출연시켜준 것이 아니라 앨범 기획과 방송 홍보, 수익금 배분 과정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등 사실상 '동업자' 관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조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