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오픈 2라운드] 햇볕 쨍쨍하다 시속 60㎞강풍, 올드 코스의 심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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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정오 무렵엔 우산을 꺼내들어야 했다. 오후엔 구름 사이로 해가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올해 예순의 백전노장 톰 웟슨(미국)은 변덕스러우면서도 온화한 날씨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관대해진 ‘노부인’에 비유했다.

17번 홀에서 갑작스러운 폭우에 우산 속으로 몸을 피하는 비제이 싱. [세인트앤드루스 로이터=연합뉴스]

1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파72·7305야드)에서 열린 제139회 브리티시 오픈 2라운드.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 무명의 루이스 웨스트호이젠(남아공)이 합계 12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첫날 9언더파로 150년 역사의 올드 코스에서 최저타 기록(코스 레코드·9언더파)을 세웠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3번 홀까지 파세이브 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첫날 5언더파를 몰아쳐 선두권에 나섰던 양용은(38)은 2라운드에서 2오버파(버디 2, 보기 2, 더블보기 1개)를 쳐 중위권으로 떨어졌다(오후 11시30분 현재).

로리 매킬로이가 2라운드 두 번째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매킬로이는 첫날 9언더파로 올드 코스 최저타 기록을 세웠다. [세인트앤드루스 AP=연합뉴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변덕 그 자체다. 새벽엔 가랑비가 내리더니 오전엔 해가 내비쳤다. 바람은 오후 들어 잠에서 깨어났다. 갑자기 시속 60㎞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한때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전날 7언더파를 몰아치면서 2위에 올랐던 웨스트호이젠은 이날 오전 조로 출발해 다시 5타를 줄였다. 베테랑 골퍼 마크 캘커베키아(미국)는 둘째 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경기를 펼친 끝에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1, 2라운드에서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올드 코스 역대 최소타 기록은 물론 대회 최소타 기록 경신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제까지 올드 코스 최소타 기록은 2000년 타이거 우즈가 기록한 269타. 브리티시 오픈 최소타 기록은 1993년 로열 세인트 조지에서 그레그 노먼(호주)이 작성한 267타다.

한편 선수들은 올드 코스의 날씨에 대해 무척 의외라는 반응이다. 첫날 1오버파를 기록했던 톰 웟슨은 “노부인이 오늘은 옷을 하나도 안 걸치고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와 다르게 비바람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올드 코스에서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타이거 우즈(미국)도 “올드 코스의 그린 스피드가 이렇게 느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용은은 2라운드 11번 홀(파3·174야드)에서 티샷을 그린 주변에 떨어뜨리고도 무려 4퍼트를 한 끝에 더블보기를 했다. 11번 홀은 1라운드에서 평균 타수 3.11타를 기록한 만만찮은 홀. 양용은은 이날 그린 가장자리에 공을 떨어뜨린 뒤 퍼터로 홀을 공략했다. 그러나 볼은 그린 위의 둔덕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파퍼트 역시 짧아 홀까지 7~8m를 남겨놨고, 결국 두 차례나 더 퍼트를 한 끝에 2타를 까먹고 홀아웃했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가 3라운드는 오후 6시, 4라운드는 오후 7시부터 생중계한다.

세인트앤드루스=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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