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귤나무 어르신들 한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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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3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제주도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제주농업생태원 안내판 안쪽으로 ‘금물과원(禁物果園)’이 나타난다. 12그루의 귤나무가 1500㎡ 부지 과원 곳곳에 우뚝 서 있고 관광객 7~8명이 나무를 어루만지고 있다.

조선시대 조정에 진상하던 귤을 재배한 금물과원이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 복원됐다. 관람객들이 과원에 식재된 귤나무를 둘러보고 있다. [제주=프리랜서 김영하]

금물과원은 조선시대 임금께 진상하기 위해 제주 토종귤을 재배하던 곳으로 1526년 설치됐다. 제주도 37곳의 과원 중 역사가 가장 긴 곳이지만 지금까지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이에 서귀포농업기술센터는 1억8000여만원을 들여 2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달 과원을 복원했다. 17세기 제주 목사 이원진의 『탐라지』를 토대로 당유자·유자·진귤·하귤·병귤·금감자 등 재래 귤나무를 구해 옮겨 심었다.

서귀포시 토평동의 한 농가에서 구입한 당유자나무는 수령 250년으로 과원의 나무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직경 40㎝에 키가 3m에 이른다. 지난 4월 5일 청명을 ‘택일’해 옮길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수령 100년에 키가 6m인 하귤나무는 서귀포시 하원동에서 400만원을 주고 사왔다. 과원에 식재된 귤나무 중 몸값이 가장 비싸다. 일제 강점기인 1913년 일본에서 들여와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재배를 시작한 수령 97년의 ‘궁천조생’ 품종 귤나무 한 그루도 과원에 자리를 잡고 있다. 토종은 아니지만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온주감귤 품종의 선조격이다.

김일우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조선 사대부들은 제주의 귤이 약효가 있다고 생각해 귀하게 여겼다”며 “금물과원은 제주 재래귤 재배의 발원지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서 역사·문화·생태자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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