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흘린 땀방울 너무 가슴 뿌듯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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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통일로 끝 통일대교 너머의 민간인 통제구역 내의 통일촌. 한국사랑의집짓기 운동연합회(한국 해비탯·이사장 정근모)가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건축 현장에는 지난해 지어놓은 12세대용(20평형) 세 채의 목조가옥 앞쪽으로 같은 크기의 2층건물 1채(4세대)가 신축 중이다.

지난 24일 오후 2시쯤.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를 맞으며 남녀 고등학생 열대여섯명이 미국인 목수의 지시를 받아가며 건물 외벽에 합판을 붙이는 일을 하고 있다.

합판과 각목을 실어나르기도 하고 내부의 단열재를 붙이는 작업도 돕고 있다. 허리에 연장통을 찬 학생들은 자신이 진짜 목수라도 된 듯 익숙하게 톱질을 해댄다. 망치질을 하는 여학생들의 솜씨도 서툴지가 않다.

"무척 재미있어요. 그간 한번도 이런 일을 해보지 않았는데 제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자재를 실어나르던 박신호(18·서울 성지고 2년)군이 비에 젖어 축축해진 옷을 털며 말한다.

"저희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합니다."

이날 사랑의 건축 현장에 참여한 朴군 등 16명은 모두가 한때 우울한 고교시절을 경험했던 청소년들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다 지금은 평생교육시설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들은 한국청소년보호위원회의 주선으로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해비타트 건축 체험 캠프'에 참가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몇몇 학교를 전전하면서 방황했다는 박희웅(20·경일경영정보고교)군은 "오늘이 사흘째인데 저한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에요. 이번 봉사 활동이 끝나더라도 계속해 이웃과 사회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봉사활동을 찾고 싶어요"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을 인솔해온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김성대씨는 "학생들이 서로 처음 만났지만 단합이 잘 돼 모두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며 "9월에 해외에서 있을 국제 해비탯 건축행사에도 한사람 빠짐없이 참여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파주 현장엔 이들 외에도 50여명의 국내외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집이 완공되면 입주할 입주예정가족과 지난해 이곳에 지은 12채에 입주한 입주가족들도 나와 일손을 돕고 있다.

정강부 한국해비탯 파주지회 사무총장은 "5월 초 공사 시작 이후 매일 적게는 대여섯명에서 많게는 1백여명의 봉사자들이 찾아와 일손을 돕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고교생들에게 사랑의 집짓기 봉사 경험을 겪게해 주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국해비탯은 지난해 여름 '지미카터 특별건축사업 2001'을 벌여 아산 등 6개 지역에서 1백74가정에 집을 지어주었다.

올해는 파주 외에 아산·태백·경산등 세곳에 모두 54가구의 집을 지어준다. 이를 위해 8월 4일부터 10일까지 번개건축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해비탯은 전세계 83개국에서 무주택 저소득층 가정에게 집을 지어주는 국제 NGO다.

한국해비탯 02-2267-3702.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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