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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국제연극제 내달1일 개최 영감 넘치는'도발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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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봄부터 가을까지 한국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지역 연극제가 열린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뚜렷해진 현상이다. 대부분 그 결과는 신통치 않다. 그래서 '단체장들의 폼잡기 행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군계일학(群鷄一鶴). 이런 와중에서도 여러 닭 가운데 한마리 학처럼 성장한 지역 연극제가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경남 '거창국제연극제(KIFT 2002)'다. 이 축제는 지자체 실시 이전 이미 싹을 틔웠다. 지자체 실시 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여느 축제와는 태생 배경부터 다르다.

이 축제의 모델은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이다. 작품의 상업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에든버러와 달리 이 축제는 예술적·실험적 가치 등을 중시한다.

거창연극제는 '국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아직 아비뇽 축제와 비교대상은 못된다.

하지만 매년 국내외적으로 지명도가 높아지고 있어 50회가 될 때 쯤이면 그만 못하란 법도 없다.

올해 행사기간은 8월 1~17일이다. 공연장은 웬만한 마당이 있으면 족하다. 옛 서원, 대밭, 소나무숲, 3백년 된 은행나무 주위, 수승대의 명물 거북바위 주변, 폐가가 된 초가, 허름한 정자 등등. 돈줄이 튼튼한 대도시 축제의 '과잉치장'에 비하면 소박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이 축제의 특색이자 강점이다.

이번 축제에는 해외 공식 참가작 8편,국내 공식 초청작 20편,국내 참가작(오프) 7편 등 9개국 35개 팀이 참가해 총 74회 공연을 한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극단 유고자파드의 코미디 '결혼', 영국 극단 오파붐의 '로빈훗', 네덜란드의 극단 디라토레티의 '모래 위의 여자' 등은 유럽 연극의 최근 경향을 보여준다. 일본 톰기획의 '소다 지에코의 어연가'는 전통춤·연기술·소리를 가미한 1인극이다.

서울에서 인정받은 국내 작품들을 거의 시차없이 관람할 수 있는 것도 이 축제의 매력이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격차'를 해결하는 마당인 셈이다. 극단 수레무대의 파스(笑劇) '삐에르 빠뜨랑' 등은 가장 먼저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집행위원회가 정한 올 축제의 슬로건은 '거창 바캉스 시어터'다. 테마 여행상품으로 준비했다는 뜻으로, 가족 단위 피서객들에겐 귀에 솔깃한 얘기다.

관람료는 어른 1만원,어린이 5천원.www.kift.or.kr,02-547-1850.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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