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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산업 强國 코리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번 월드컵의 거리 응원을 미학(美學)적으로 들여다보자.

각자가 알아서 차리고 나온 패션은 붉은 물결 속에서 다양한 아름다움을 발휘했다. 태극기를 대충 휘어 감아도 멋이 있었고 응원용품도 앙증맞기만 했다. 우리도 모르고 있었지만 한국인은 오래 오래 준비해온 미(美)의 전사들이었다. 게다가 페이스 페인팅은 한국인의 얼굴과 어찌 그리 궁합이 잘 맞는지. 다 전문가가 해주었을 리 없으니 이는 우리 민족 저변의 미적 감각 덕이라고 해석해도 될 듯하다.

잠시 짬을 내 서울 필동 '한국의 집' 안에 있는 전통문화상품관을 둘러보자. 나무·금속 등에 섬세한 손맛과 컬러 감각으로 혼을 불어넣은 우리 장인들의 감성(感性)에 놀라게 된다.

이건 자화자찬이 아니다. 국제감각이 있는 한 한국 업체가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 '비움'이라는 한국 전통공예품 매장을 냈다. 개장 후 보름 만에 10만달러어치를 팔아냈다. 평균 단가 30만원에 모시 조각을 이용한 커튼의 경우 7백80만원까지 하는 고가품들이다.

한국에서의 명품·외제 화장품·성형 수술·다이어트·고가 의류 열풍에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남에게 질 수 없다'는 한국인 특유의 심리 탓에 '외모에 목숨을 거는' 것 같다. 필자는 그러나 이것도 한국인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남다른 안목과 욕구가 빚어낸 현상으로 보고 싶다. 이런 수준 높고 까다로운 소비자들 덕에 한국에서도 세계적 명품들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인들은 경이로운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1인당 색조 메이크업 사용개수 세계1위, 총 화장품 사용개수 3위, 화장품 시장 규모 세계 10위 등 기록이다.

에스티 로더 그룹 프레드 랭헤머 사장은 지난해 말 방한했을 때 "화장품에 대한 한국 여성의 요구 수준이 놀랍다"며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워 제품개발에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은 신제품의 중요한 테스트 시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여성의 미적 경쟁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회사 도미니크 자보(여)부사장은 "아시아 여성 중 한국 여성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과연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한국의 패션산업도 잽싼 걸음이다. 서울의 동대문 패션에 대해 동남아 바이어들은 "주(週) 단위로 디자인 흐름이 바뀌는 놀라운 나라"라고 말한다. 이달 초 열린 홍콩 패션쇼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감각적인 옷은 남다른 칭찬을 받았다. 미국 뉴욕의 패션 스쿨에서도 한국 학생들이 수적·질적으로 모두 강세라고 한다.

산업디자인도 도약하고 있다. 패션용품화한 휴대전화의 디자인은 세계 1위를 자부한다. 또 최근 한국의 각종 기업들이 미국의 IDEA, 독일의 IF 등 세계적 산업디자인상에서 승전보를 연이어 보내고 있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한국이 '뷰티 산업 강국'으로 힘찬 발돋움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한국 뷰티 산업의 성장에 주목하며 연간 국내 시장이 26조원 규모가 됐다고 밝혔다. 패션의류·화장품·수입 명품·전문 디자인·공예·다이어트·미용성형 외에 영상물·애니메이션 등을 뷰티 산업으로 간주했다.

우리의 저력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다. '디자인 총리'로 불리는 토니 블레어의 영국은 디자인·패션·건축·공예·영화 등 13개 분야를 '창조산업'으로 분류해 야무진 지원을 하고 있다.

뜻있는 젊은이들은 뷰티산업 쪽으로 몸을 던져 보자. 머지않아 '뷰티산업 강국 코리아'를 보게 될 것이다. 금수강산에 둘러싸인 미적 감성의 강국에 태어나 살고 있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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