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타이틀 1위 독식 K-리그는 '外人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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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월드컵 4강 전사들이 복귀한 K-리그는 대표팀 탈락 선수들의 분풀이성 선전과 어우러져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공격에서 소리없이 K-리그를 이끌어가는 쪽은 외국인 선수들이다.

23일 현재 득점 선두는 나란히 세골을 기록하고 있는 다보(부천)·마니치(부산)·샤샤(성남)·코난(포항)이다. 도움 부문에서도 포항의 메도가 4개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규리그 초반 주춤했던 '유고 특급' 샤샤는 21일 전북전에서 두골을 몰아넣으며 득점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많이 뛰지는 않지만 골이 나올 길목을 지키는 센스와 골 결정력 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샤샤는 "스트라이커는 90분 내내 뛰어다닐 필요가 없다. 찬스에서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샤샤와 동향인 마니치도 꾸준한 골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1996년부터 부산에서 뛰고 있는 마니치는 탁월한 스피드로 상대 진영을 헤집고 다니며 찬스 때마다 강하고 정확한 슈팅을 쏘아댄다. 그러나 성격이 급해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동료들과 호흡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결점이 있다. 페널티지역에서 속임 동작(시뮬레이션)이 능해 자주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최근에는 심판들에게 '찍혀'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한다.

지난해 포항 유니폼을 입은 마케도니아 출신 코난은 10골을 터뜨리며 성공적으로 한국 그라운드에 적응했다. 개막경기인 성남전에서 두골을 따내 올해 활약을 예고했다. 세골 모두를 왼발로 기록해 새로운 '왼발의 달인'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아프리카 말리 국가대표 출신인 다보는 초반 두 경기에서 세골을 몰아넣은 뒤 잠시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1m90㎝·80㎏의 탄탄한 체격에다 부드러움과 탄력을 지녀 상대 수비수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21세의 어린 나이라 국내 리그에 적응할 경우 더욱 맹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메도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 데이비드 베컴을 연상시키는 위력적인 크로스 능력을 지녔다. 베컴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빠르고 크게 휘는 크로스를 날린다. 이 킥이 워낙 위력적이어서 '베컴의 크로스'라는 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베컴이 오른발잡이인 반면 메도는 왼발을 쓴다. 메도는 왼발로 골도 하나 넣어 공격포인트(득점+어시스트)에서도 1위(5개)를 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몇명까지 쓸 수 있나=각 팀은 외국인 선수를 7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경기 당일 제출하는 출전선수 명단에는 5명까지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숫자는 3명까지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 3명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명을 투입하려면 반드시 외국인 선수 한명을 빼야 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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