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유지, 환율방어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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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발(發) 경제 불안이 확산되자 정부는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고, 원화 환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화 매입용 자금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24일 전윤철(田允喆)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어 미국 증시 급락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다.

재경부는 23일 국내 경기가 올 들어 계속 좋아지고 있으나 미국 경제의 회복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고, 원화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평균 1천1백원까지 내려갈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6.2%에서 5.8%로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원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2조~3조원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추가 발행해 마련한 자금으로 달러화를 매입하기로 했다.

또 주택값이 다시 들썩일 경우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하고, 토지 투기 예상지역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어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방침이다.

재경부 박병원 경제정책국장은 "거시경제 정책 기조를 부양이나 긴축으로 치우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며 "특히 내수는 활황이 계속되는 만큼 내수 부양책을 다시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와 관련,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거시 경제정책도 보수적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으며, 금융시장이 안정되도록 통화신용 정책을 탄력적으로 펴겠다"고 밝혀 콜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뜻을 내비쳤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도 "원화 환율의 급락으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현 금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의 폭락 충격에서 벗어나 22.62포인트 반등한 743.52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2.33포인트 오른 61.61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장 초반 상승세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하락세로 반전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했다.

<관계기사 3면>

유럽 주요 증시도 이날 일제히 상승세로 시작했으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개장 후 수분 만에 44포인트(1.14%) 상승했고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76% 올라 3,205.76을 기록했으며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도 소폭 상승했다.

한편 23일 원-달러 환율은 모처럼 전날보다 7.5원 올라 1천1백73.1원을 기록했다.

고현곤·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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