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총장 회견]"개혁으로 서울대 위상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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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대 제23대 총장으로 임명된 정운찬(鄭雲燦·56·경제학부 교수·사진)총장은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기초학문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鄭총장은 또 "지금까지 서울대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지성의 권위 회복과 대학 재정 확보, 제도 개혁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서울대의 위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장으로서 각오는.

"조완규 전 총장이 전화를 해 '대학총장은 룰(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서브(봉사)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겠다."

-앞으로 서울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나를)개혁성향이라고 자꾸 쓰지 말아 달라. 개혁은 무엇인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다. 개혁이라고 해서 과격하다는 인상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현 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공직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다가 총장 선거에 나선 이유는.

"1998년 한국은행 총재를 제의받았을 때는 전혀 준비가 안돼 있었다. 하지만 서울대는 다르다. 내 인생 중 25년을 바친 곳이다. 피터 드러커는 '대학을 잘 운영할 수 있으면 다른 모든 곳도 잘 운영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만일 정치권에서 다시 입각을 제의해 온다면 어떻게 할 건가.

"기본적으로 학교를 떠날 생각이 없다. 총장이 정치권에 무엇하러 가나."

-총장선거 때 교육부가 권고하는 모집단위 광역화, 학부제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

"서울대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큼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교육부와 의논해 결정하겠다. 하지만 시장논리로만 되지 않는 일도 있다. 지난해 예산 삭감을 감수하고 비인기학과 보호를 위해 실시한 전공예약제 같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불이익도 감수하겠다."

-서울대 운영체제를 이사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하지만 교수의회를 신설하거나 기존의 교수평의회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꾸겠다."

-교수사회의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의견은.

"기본적으로 찬성하나 현재 서울대 교수들의 낮은 봉급을 감안할 때 재원 확충이 없는 연봉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계약교수제 역시 교수에게 평생직장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교수를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안된다."

-서울대 교수의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은 문제가 아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미국처럼 학교 간 교류가 잘 이루어져야 해결될 것이다. 물론 한 기관이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대·법대·경영대 등의 전문대학원 도입에 찬성하나.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고시제도·병역제도의 개편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해당 대학에서 죽어도 못하겠다고 하면 못하는 것 아닌가."

-학생들과 의사소통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학생들의 의견 개진을 크게 권장할 생각이다. 학생 시절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발표하는건 장래 지도자로서 연습하는 것이다. 다만 학교운영에 (학생들이)직접 참여하는 것은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채점을 해보면 답안이 예전같지 않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어학 등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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