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軍, 페레힐 섬 상륙 모로코軍 축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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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중해의 무인도 페레힐 섬을 둘러싼 스페인과 모로코의 영토분쟁이 군사작전으로 비화하면서 양국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스페인이 17일 새벽 상륙작전을 벌여 섬에 있던 모로코 병사 12명을 몰아내자 모로코 정부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페레힐 섬은 축구장만한 크기의 무인도로 그 자체론 경제적·전략적 가치가 거의 없다.

1581년 스페인 영토가 됐으며, 가끔 다이빙과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찾곤 하는 섬이다. 이 한적한 섬을 둘러싼 분쟁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 11일 모로코가 12명의 군인을 상륙시키면서부터였다. 이 섬을 스페인으로 들어가는 모로코인의 불법이민을 막는 감시소로 삼겠다는 것이 작전 명분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모로코의 속셈이 모로코 해안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스페인 도시 세우타와 멜리야를 빼앗으려고 1차 작전을 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브롤터를 마주보며 이 섬의 6㎞ 동쪽에 위치한 두 도시는 각각 15세기와 16세기에 스페인이 포르투갈로부터 넘겨받은 항구다.

모로코는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하면서부터 "두 도시가 모로코의 영향권 아래 있는 것이 명백하다"며 권리를 주장해 왔다.

케임브리지대학 국제연구소의 조지 조프는 "영국이 스페인과 영토 분쟁을 마무리하고 지브롤터의 주권을 공유할 움직임을 보이자 모로코는 페레힐을 출발점으로 삼아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 낸 뒤 세우타와 멜리야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나 팔라시오 스페인 외무장관은 "모로코가 재점령하지만 않는다면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힌 뒤 "모로코와 섬을 공유할 수도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세우타·멜리야에 대해선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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