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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車 부분파업 장기화… 노사 계속 신경전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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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아자동차의 부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지난달 24일부터 '잔업(2시간)거부→2시간 파업+잔업 거부→4시간 파업+잔업거부'로 부분파업의 강도를 높여왔다. 평소 10시간씩 근무했으나 15일 현재 근무시간이 4시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하루 생산량이 3천7백여대에서 절반 이하인 1천5백여대로 떨어졌다. 대리점마다 계약한 차를 빨리 달라는 고객들의 독촉이 빗발치고 있다.

◇경영권 침해 놓고 맞서=노사는 15일 오후 17차 본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는 임금 12만8천8백원(기본급 대비 12.5%) 인상과 성과급 3백%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임금 9만원 인상, 경영목표 달성시 성과급 1백50% 및 50만원 지급, 생산격려금 1백만원으로 맞서고 있다.

임금협상은 타협의 여지가 있으나 단체협상은 상황이 다르다. 노조는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영업지점 증설·공장 이전 때 노조와 합의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명백한 경영권 침해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특소세 인상분 책임 논란 일듯=회사측은 부분파업으로 2만7천여대의 생산차질과 3천4백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쏘렌토는 2만5천대, 카렌스는 1만7천대 주문이 밀려 있다. 계약자들은 차종에 따라 3~5개월 정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오는 9월 1월 이후 출고되는 차량을 받는 소비자들은 특소세율이 환원되면서 70만(카렌스)~1백만원(쏘렌토)의 세금을 더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계약자들은 파업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기아차가 세금 인상분을 대신 내주지 않으면 소송 등 단체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기아차 상승세에 부담=원화가치 상승과 미국 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파업이 자칫 기아차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허완 이사는 "잦은 파업이 과거 기아차 경영 악화의 한 원인이 됐다"면서 "현대차에 인수될 당시 국민 세금으로 7조1천4백억원의 부채를 탕감받아 회생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갑영(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기아차가 2년 연속 흑자를 냈으나 현재까지 이익잉여금이 2천2백억원 적자"라며 "2008년까지 채권단에 상환해야 할 부채가 1조9천3백억원이나 된다는 사실을 노사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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