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지켜진 약속, 'CU@K-리그' : '6월의 전설'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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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국프로축구(K-리그) 부천-전남 경기가 열린 지난 14일 부천종합운동장에는 장맛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서도 3만1천1백27명(이하 관중 수는 구단 발표치)이 몰려들었다. 안양-수원 경기가 펼쳐진 안양종합운동장에도 2만1천2백94명이 모여 '빗속 축구'를 즐겼다. 월드컵이 끝난 뒤 시작한 K-리그가 예상을 웃도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관중 수가 급증한 것은 물론 관중이 경기 자체를 매우 즐긴다. TV로 지켜본 사람들도 "월드컵 못지 않게 재미있더라"는 반응을 보인다. 갑자기 K-리그 수준이 높아진 건가, 아니면 경기 내용은 달라진 게 없는데 축구에 관심을 갖고 보니 재미를 느끼게 된 건가.

전문가들이 정리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월드컵 '학습 효과'

6월 한달간 온 국민이 거의 매일 세계 최정상급 축구 경기를 봤다. 한국팀이 승승장구하면서 축구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자연히 경기 룰이나 포지션·전술, 선수 개개인의 특징 등에 대한 '학습'이 이뤄졌다. 특히 축구 문외한으로 치부되던 여성들이 축구지식을 많이 쌓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가 있듯이 축구의 기본적 내용을 알고 관전하다보니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됐다.

▶전용구장의 위력

월드컵을 위해 신축한 10개 경기장 가운데 7개가 축구전용구장이다. 이 중 수원·울산·대전·전주 등 네 곳에서 프로축구가 열리고 있다. 기존의 포항·광양과 합쳐 6개의 축구전용구장에서 경기가 벌어진다. 전용구장은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에 트랙이 없어 선수들의 움직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선수들의 고함, 몸과 몸이 부닥치는 소리, 볼을 차는 순간의 파열음까지 들을 수 있다. 생생한 현장감으로 경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가대표 합류

월드컵 대표 선수들이 소속팀에 합류하면서 팀들의 전력이 좋아졌다. 성남 일화만 빼고 각 팀에 1~2명의 선수들이 복귀했다. 월드컵 열기를 고스란히 안고 온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팬들의 기대에 보답했다. 송종국(부산)·이천수(울산)는 멋진 골도 터뜨렸다.

부와 명예를 한 몸에 안고 금의환향한 대표 선수들과 함께 뛰는 동료들도 큰 자극을 받았다. 대표팀에서 막판 탈락한 이동국(포항)과 김은중(대전)이 주말 경기에서 나란히 골을 기록했다.

부천 SK 최윤겸 감독은 "선수들이 '내가 이을용보다 뒤질 게 뭐냐'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뛴다"고 말했다.

▶홈 어드밴티지

홈팀을 응원하는 관중의 열기가 확산하면서 유럽 프로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같은 확실한 홈경기의 이점이 나타나고 있다. 14일까지 벌어진 14경기에서 홈팀은 8승4무2패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열렬히 성원하는 홈 관중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솟아나는 걸 느꼈다"고 말한다.

전북 현대 조윤환 감독은 "울산에서 경기할 때 4만명에 가까운 관중의 일방적 응원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영재·최민우 기자

<시리즈 순서>

(上) 지켜진 약속,'CU@K-리그'

(中) 아차하면 관중은 떠난다

(下) 프로다운 프로축구를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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