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에 지은 노원문예회관…강북의 공연 메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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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수락산 입구에는 '2004 조수미 송년 콘서트' 플래카드가 등산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구(區) 단위로는 드물게 오늘(31일) 노원문화예술회관(노원문예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알리는 내용이다. 주민들 호응도 뜨거워 보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지난 6월 문을 연 노원문예회관이 강북의 공연예술 메카로 떠오른 것이다. 백건우.금난새 등 굵직한 공연을 유치하면서 총 관람객이 5만명을 넘었다. 가까운 중랑.강북구, 의정부시는 물론 멀리 강남에서도 공연을 보러 온단다. 10년 전만 해도 악취를 풍기던 쓰레기 집하장 자리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지금까지 도심 나들이에 2~3시간 걸리던 구민들의 문화 갈증을 푸는 샘터 구실을 하는 셈이다.

노원문예회관은 616석 규모의 중극장에 292석짜리 소극장,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국내 유일의 구립 공연예술 전문극장이다.

발레를 전공한 아내(김정수 단국대 교수) 덕분에 공연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온 이기재 구청장이 1993년 관선 시절부터 구상해오다 245억원의 예산을 들여 98년 3월에 착공, 6년 만에 완공했다. 홈페이지(art.nowon.seoul.kr) 게시판을 보면 구민들의 감동을 엿볼 수 있다.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공연장에 갔는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주말 공연은 다른 약속이 없는 한 꼭 보려고 합니다."(안경수)

"이제는 아이들 데리고 세종문화회관이나 리틀엔젤스예술회관까지 갈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노원으로 이사 오길 잘했습니다."(이복남)

내한공연을 온 외국 단체들과도 불과 한 달 전에 섭외해 일정을 얻어내는 '틈새 공연'인 덕에 비교적 낮은 관람료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장점. 예컨대 내년 1월 빈 소년 합창단은 4만~5만원(세종문화회관 2만~7만원)으로 결정됐다.

노원문예회관의 성공 비결은 뭘까. 중산층 부부들의 높은 교육열과 문화수요, 구청 측의 열의와 품격있는 기획 등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은 기획공연 제작비 7억3000만원 등 21억원. 남택명 관장은 "새해에도 알찬 기획으로 구민들에게 양질의 공연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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