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인력난 기획물 생생 교통벌점 사면 해설 궁금증 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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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히딩크 감독이 떠났다. 지난 7일 그가 출국하자 많은 신문들이 8일자 1면에 '다시 만나요'라는 제목과 함께 그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과 공허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같은 날 중앙일보 1면에는 '프로축구 열기…사상 최대 12만여명 몰려'란 설명과 함께 7일 개막한 K-리그의 활기찬 경기 장면이 실렸다. 관중석을 꽉 메운 응원 열기가 그대로 지면으로 전달된 돋보이는 사진기사였다. 대신 히딩크 감독의 출국 모습은 스포츠면(43면)에 자세히 소개됐다. 월드컵 열기를 자연스럽게 국내 K-리그 쪽으로 연결시키려는 지면구성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도 국내 리그의 열기를 지속적으로 승화 발전시킬 수 있는 중앙일보의 앞서가는 보도를 기대한다.

지난주에는 정부의 교통벌점 특별감면조치가 큰 화제였다. 잠시의 실수로 실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에겐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4백81만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니, 특별감면조치 내용을 문답식으로 풀어나간 관련기사(10일자 3면)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 알기 쉽게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기사 내용 중 "교통법규 위반자들을 사면함으로써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져 사회적 손실이 증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 것은 너무 막연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조치가 시행된 후 사고가 늘었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여주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시했어야 옳았다. 마찬가지로 오피니언난의 '교통벌점 사면 잘했나 못했나'(11일자 7면)도 네티즌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만 해 오히려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궁금증을 더해준 셈이 됐다.

21세기 우리의 국운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그리고 여기에선 과학기술 인력 양성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한데 요즘 이공계학과 지망생이 감소하는 현상은 심상치 않다. 산업계 현장 여기저기서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총체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말로만 외쳤지 수긍이 갈 만한 해결책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기술인력 양성 의지 있나'라는 시론(9일자 7면)은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글이었다.

주초 사흘 동안 집중적으로 게재한 '산업현장에 사람이 없다' 시리즈(8~10일자 33면)는 경제성장의 뒷다리를 잡는 인력난의 현장을 찾아 생생하게 전달한 시의적절한 기획물이었다. 각 회에서 보여준 그래픽 자료('인력부족률' '생산직 평균연령 변화' '2006년 연구개발·기술 인력 수요·공급 전망')들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인력난을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그려내는 데는 다소 미흡한 감이 있었다. '산(産)·학(學)·연(硏)·정(政)' 각계의 전문가 의견을 한데 모아 현안을 짚어보고, 실효성 있는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연중 기획시리즈를 기대한다.

같은 맥락에서 중앙일보가 다음달부터 새로운 이름으로 선보일 '사이언스 앤드 퓨처(Science & Future)' 섹션에서도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 주길 바란다.

11일 개각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에 이상철 전 KT 사장이 임명되자 바로 그 파급효과를 분석한 '통신잡음 끝나려나'(12일자 33면)가 나왔다. SK텔레콤의 KT지분 인수를 둘러싸고 KT와 SK텔레콤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장관의 평소 소신을 이슈별로 조목조목 소개해 통신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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